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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는 물류회랑 구축 경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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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스퀘어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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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대륙의 물류지형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이 물자와 에너지 수송을 위한 운송로를 확보하고 나아가 국제교역로에서 물류 허브로 발전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혹은 공동으로 물류회랑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 일대일로 구상과 유라시아 물류회랑 구축

유라시아 물류회랑 구축에 가정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3년 8월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Belt and Road, BRI) 구상을 통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육·해·공으로 연결하는 경제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10주년을 맞은 일대일로 구상에는 152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중국의 직접투자액만 2,4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일대일로에서 일대(Belt)는 중국 중서부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 구상이고 일로(Road)는 중국 연안에서 동남아,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유럽과 아프리카 동해안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 구상이다. 중국은 6개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s)으로 구분하여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중 뉴 유라시아 랜드 브리지 (NELB, New Eurasian Land Bridge)와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경제회랑사업이 유라시아 동서를 연결하는 물류회랑과 관련되어 있다. NELB는 기존 ELB(유라시아랜드브리지)로 부르는 시베리아 랜드 브리지(SLB, Siberian Land Bridge)와 차별화하기 위해 중국이 만든 명칭으로 중국 동부 항구인 롄윈강과 르자오에서 출발하여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경유하여 독일과 서유럽국가로 연결되는 노선을 지칭한다. 국제적으로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해 극동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노선들을 유라시아 ‘북부회랑(North Corridor)’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대일로 추진 이후 중국-유럽간 철도노선과 서비스가 크게 확대되면서 2016년 6월 이후 중국은 유럽으로 연결되는 화물열차서비스를 ‘중국-유럽화물열차(CRE, China Europe Railway Express)’라 부르고 있다. 현재 중국-유럽화물열차는 중국 본토 50개 도시와 유럽 25개국 217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2011년 3월 충칭에서 독일 뒤스부르크까지 첫 직통열차가 개통하였고 2022년 16,562편의 열차(서향8,881, 동향7,681)가 운행해 160만 TEU의 컨테이너 수송 실적을 보였다. 이중 13,000편이 카자흐스탄 국경을 통과하여 러시아로 연결되는 서부노선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해상 운송에 여러 장애가 발생하면 서중국-유럽화물 철도 운송량이 크게 증가하였고 최근 홍해사태 이후 해상운송의 대안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유라시아 동서를 연결하는 또 다른 물류회랑은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경제회랑과 밀접하게 연결된 ‘중부회랑(Middle Corridor)’이다. 유럽으로의 운송회랑을 다변화하려는 중국과 경제 발전을 위해 철도망 건설이 긴요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 기존 북부회랑을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있지만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중부회랑 구축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The Middle Corridor(출처 : 물류신문 - The Middle Corridor_middlecorridor.com)

 

 

새로운 유라시아 물류회랑, 중부회랑

중부회랑(Middle Corridor)은 중국에서 카자흐스탄과 일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카스피해를 건너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를 거쳐 흑해나 터키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되는 육상 및 해상복합운송 경로를 말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발 이후 기존 북부회랑은 보완할 수 있는 운송회랑 확보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지역 국가들이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노선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랑의 대표적인 노선은 카스피해 횡단국제운송회랑(TITR, Trans-Caspian International Transport Route)으로 중국, 카자흐스탄, 카스피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튀르키예를 거쳐 흑해를 통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복합운송경로이다. 2017년부터 운행이 시작되었으며 2022년 148만t의 일반화물, 33,600TEU의 컨테이너화물이 이 노선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부회랑에 비교하면 수송능력이나 실적면에서 랜드 브리지로서의 역할이 아직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카스피해를 남쪽으로 우회해서 중국,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을 연결하는 5개국 철도회랑(Five Nations Railway Corridor)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아시아와 유럽사이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튀르키예가 물류회랑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2019년 보스푸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마르마라이 터널 전구간을 개통하여 흑해를 이용하지 않고 터널을 통해 직접 철도로 유럽까지 연결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였다. 향후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튀르키예의 물류 허브 역할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북극항로의 남북운송회랑

온난화로 인한 북극해 환경변화가 아이러니하게도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특히 북극해 연안국가들 중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한 러시아에게 북극물류의 선점이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극항로에 국가적 관심을 두는 배경으로 최근의 국제적인 상황을 빼놓을 수 없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제 차원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해상을 통한 원유와 천연가스 수송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북극항로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기존 항로에 비해 거리와 시간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운항가능 기간이 7월에서 11월까지 5개월 정도로 짧고 운항을 위해서는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쇄빙선의 인도를 받아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 항로 중간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항만이 부족해 정기적인 컨테이너 운송이 이루어지기는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북극항로는 2023년 한해 총 210만t의 화물과 75건의 환적 운송을 기록했다. 210만t 중 150만t이 원유였고, 철광석, 석탄, LNG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최근 러·중경제협력의 확대로 화물의 95%이상이 중국과의 교역량인 것으로 추산되었다. 그리고 일반화물과 컨테이너화물은 7%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에 그쳤다.(무역협회, 2024. 2) 북극항로의 가능성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수치이다.

러시아는 이란, 인도 등과 남북간 물류회랑을 구축하는 국제남북운송회랑(INSTC)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2000년 9월 러시아, 인도, 이란이 체결한 정부간 협정에 따라 출범하였으며 현재 13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아제르바이잔, 이란을 거쳐 인도를 연결하는 3개의 운송회랑을 구축하게 되며 카스피해를 통과하는 방법에 따라 아제르바이잔을 통과하는 서부회랑, 카스피해를 해상으로 통과하는 종단회랑,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하는 동부회랑으로 구성된다. 카스피해를 에너지 및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 나가는 구상도 포함되어 있다.

 

The Middle Corridor(출처 : 물류신문 - Trans-Eurasia-Express_WIKIPEDIA)

 

 

물류회랑 구축이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최근 파나마 운하나 홍해 사태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듯이 해상운송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송 루트확보가 공급망 안정화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복합운송경로가 많아진다는 것은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운송루트가 다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라시아 물류회랑 구축 동향과 이용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우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책과 전략에 반영하여야 한다. 물류기업들도 새로운 복합운송 경로를 개발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물류회랑을 이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건설업체와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새로운 물류회랑 개발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도 있다. 항만, 철도, 내륙항(dry port)등의 물류인프라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인프라는 우리기업을 위한 해외 물류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건설보다 복합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유라시아 국가들 중 상당수가 아직 개발도상국인 점을 감안하면 ODA(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변화되고 있는 유라시아 물류회랑들을 활용해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교역루트를 확보하기 위해서 관련국들과 복합운송 및 물류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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