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7일 머스크(Maersk)와 하팍로이드(Hapag Lloyd)는 2025년 2월부터 ‘제미나이 코퍼레이션'(Gemini Cooperation)이라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발표된 제미나이의 협력기간은 최대 4년으로 2029년 1월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2M 소속인 머스크는 2025년 1월까지만 MSC와의 선복공유(VSA) 관계를 유지하기로 2023년에 발표했다. MSC는 560만TEU가 넘는 선복량을 기반으로 독자노선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410만TEU의 선대를 보유한 머스크의 협력선사 모색은 시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하팍로이드라는 점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장기전략에서 머스크는 해운에서 물류 전체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반해 하팍로이드는 물류 전체보다는 해상운송에 집중하고 있어 두 선사 간의 협력을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제미나이 코퍼레이션’이 얼라이언스보다 낮은 협력단계인 선복공유협정(VSA, Vessel Sharing Agreement)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디 얼라이언스 소속인 하팍로이드는 ONE, HMM, 양밍(Yangming)과 2030년 3월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었으나 2025년 1월까지만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이후에 제미나이에 합류한다. 2025년 2월 ‘제미나이 코퍼레이션’의 출범으로 기존 3대 얼라이언스(2M, Ocean, THE) 체제가 3대 얼라이언스(Ocean, THE, Gemini)와 MSC 형태로 변화할 예정이다.
제미나이는 2025년 2월부터 290척, 약 340만TEU의 규모의 선박을 26개 메인서비스와 32개 피더서비스(Feeder Service)에 투입할 예정이다. 투입선대의 60%는 머스크, 40%는 하팍로이드가 부담하는데, 이는 현재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각각의 얼라이언스에 투입되는 선대에 비해 20~60%가 증가한 수치이다.
26개 메인서비스는 아시아-유럽(4), 아시아-지중해(3), 아시아-중동(1), 인도/중동-유럽(4), 대서양(5), 아시아-북미(9)로 구성되어 현재 2M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아시아-유럽(5), 아시아-지중해(4)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서비스 범위 및 주기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32개 피더서비스는 유럽(14), 중동(4), 아시아(13), 미국 걸프지역(1)으로 구성되는데, 미국 걸프지역 서비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파나막스급 이상의 선박이 투입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Gemini Cooperation 서비스 계획]
(출처: Drewry(2022))
1. 정시성 강화
이번 머스크와 하팍로이드 공동행위의 핵심은 정시성 강화인데 제미나이는 현재 50~70%에 머물고 있는 정시성을 90% 이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발표했다. 2011년 이후 컨테이너 서비스의 정시성은 86%를 넘은 적이 없으며 평균적으로 69%이기 때문에 90%가 넘는 정시성 확보는 선사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당 항만 기항수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체계를 정비해 12개의 허브항만을 포함해 85개 항만에만 기항할 예정이다. 허브 앤 스포크는 허브항만을 중심으로 대량으로 화물을 운송해 중소 항만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12개의 허브항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Tanjung Pelepas), 오만 살랄라(Salalah), 이집트의 포트사이드(Port Said), 다미에타(Damietta), 모로코 탕헤르 메드(Tanger Med), 스페인 알게시라스(Algeciras),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 독일의 브레머하펜(Bremerhaven), 빌헬름스하펜(Wilhemshaven), 멕시코의 라사로 카르데나스(Lazaro Cardenas), 콜롬보의 카르타헤나(Cartagena)항이다. 이들 항만 중 싱가포르항과 탄중 펠레파스 항만의 역할이 나눠져 있는데 싱가포르항은 아시아→유럽향 화물을, 탄중 펠레파스항은 유럽→아시아향 화물을 처리해 화물이 용기 안에 들어 있는 적컨테이너와 비어있는 공컨테이너의 분산 처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기준 머스크는 36개국에 59개 터미널을 보유・운영하고 있으며 하팍로이드도 지난 2년동안 인도 JM Baxi, 남미의 SAAM, 독일의 빌헬름스하펜 등 터미널에 투자해 12개 터미널을 보유하거나 운영중이다. 두 선사 모두 터미널에 대한 확장에 노력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극심한 항만 정체가 선박 회전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항만 체선을 최소화해 정시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12개 허브항 중 싱가포르항과 다미에타를 제외한 10개 터미널에는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선박 체선이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머스크(APM)의 터미널 운영 및 보유 터미널]
(출처: Drewry(2022)
2. 탈탄소 협력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탈탄소를 위한 협력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는 2040년, 하팍로이드는 2045년까지 탄소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고 있다. 특히 메탄올 추진선에 대한 개조 및 발주는 머스크 36척, 하팍로이드는 15척이다. 현재 머스크는 CIMC, SunGas 등을 비롯한 10개 기업과 그린 메탄올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스페인 정부와 친환경 연료 생산을 위한 ’General Protocol For Collaboration’에도 서명해 대륙별로 메탄올 벙커링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 이후 머스크가 친환경 메탄올 공급망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하팍로이드는 이에 대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미나이 출범으로 인해 얼라이언스가 보유한 선대에서 가장 큰 규모는 2M(약 965만TEU)에서 오션 얼라이언스(약 824만TEU)로 변경되며 제미나이는 611만TEU, MSC 551만TEU, 디 얼라이언스 325만TEU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 공동운항에 투입되는 선박은 2024년 1월 기준 오션얼라이언스 425만TEU, 제미나이 340만TEU, 디 얼라이언스 230만TEU이다. 향후 선대 확장 가능성측면에서 발주잔량(Orderbook)은 오션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의 발주 잔량이 약 280만TEU, 제미나이가 약 70만 TEU, 디 얼라이언스가 약 74만TEU로가 넘어 오션 얼라이언스의 선대 점유율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미나이 출범 전/후 ‘컨’ 얼라이언스별 선대 점유율 비교]
(출처: 알파라이너(2023)참조, 저자계산)
하팍로이드의 이탈로 2025년부터 디 얼라이언스의 서비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팍로이드의 투입 선대 비중이 높은 남미, 아시아-유럽, 지중해, 대서양 서비스에 대한 서비스 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선대 투입이 불가피하다. 디 얼라이언스의 소속의 HMM, ONE에서 2024년 말까지 20척 이상의 선박이 인도 받을 예정이고 이들 선박의 대부분이 7,000TEU ~ 15,000TEU급으로 원양항로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팍로이드 이탈로 인한 선복 공백의 일부는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디 얼라이언스와 Zim, Wanhai와 협력과 함께 새로운 얼라이언스로의 재편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24년 4월 폐지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독점금지법 적용제외(CBER)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미 일부 항로에서 3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오션 얼라이언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 향후 얼라이언스 재편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Hapag Lloyd 항로별 서비스 투입 선대]
(출처: 알파라이너(2023)참조, 저자계산)
2025년 2월 이후 기존 3대 얼라이언스(2M, Ocean, The)에서 제미나이, MSC오션, 제미나이, 디얼라이언스와 MSC로 변경되면서 시장집중도(HHI)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해운시장 경쟁은 좀 더 치열해 질 수 있다. 시장집중도는 한 산업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비중을 활용해 경쟁적인 시장인지 독점적인시장인지를 판단하는 지표이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측면보다 제미나이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시도가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70% 내외의 정시성이 유지됨에 따라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주에게 해운서비스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운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만 파업, 기상재해, 전쟁 등 다양항 위험으로 해운 공급망에 제약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시성 확보라는 차별화 전략이 화주와 경쟁 선사들에게 어떻게 받여들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미나이 새로운 개념의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제미나이가 정시성 향상을 위해 내년부터 실시할 서비스는 기간 항로에서 기항수를 최소화해 환적이 빈번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예로 부산항에서 유럽의 중소형 항만으로 화물이 수송 될 경우 최소 2번의 환적이 발생하는데 이는 장단점이 있다. IMO의 탈탄소 규제에 따라 기항 수를 최소화 할 경우 해당 항로에서는 탄소집약지수(CII, Carbon Intensity Indicator)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메탄올, 암모니아와 같은 무탄소 선박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연료탱크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환적으로 인한 비용 상승과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은 단점으로 지목된다.
[Gemini 출범 이후 해운시장집중도(HHI) 변화]
(출처: 알파라이너(2023)참조, 저자계산)
2025년 해운시장은 글로벌 선사들의 협력관계 재편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지만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 이용자의 편의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 해운 시장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공동행위 재편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또한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