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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2024.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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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최대한 신경 써서 드린 단가입니다. 

귀사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art 1, 매력적인 제안

장마가 지난 늦여름, 푹푹 찌는 더위를 뚫고 온 영업 사원이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서류 봉투에서 견적서를 꺼내 건네줍니다. 영업 사원의 눈에는 이번에는 반드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떠한 자신감이 보입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견적서가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제안을 받더라도, 해당 업체는 어떠한 이유를 대서라도 제안을 거절해야 하는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업체는 과거 성수기 때 경쟁사에 공급을 하겠다고 당사에 수급 중단 이슈를 일으켰던 업체였습니다.

 

물론 수급 중단 시점에 근무했던 영업 사원과 구매 담당자는 다 이직해 버렸거나 보직 변경이 된 상태였습니다. 5년이나 지난 일이었으니까 말이죠. 

 

저는 사무실에 들어와서야 견적서를 꼼꼼히 검토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영업 사원의 말대로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5년이나 지났는데 괜찮지 않을까? 일단 부장님께 보고 드리고 품질 테스트라도 진행시켜볼까?라는 생각으로 보고를 드렸지만, 부장님의 대답은 단호한 NO였습니다.

 

 

“한번 등 돌린 업체는 언제라도 등 돌릴 수 있기 때문에 거래하면 안 된다.”

 

“내가 여기 다니는 동안에는 그 업체와는 거래 못한다!”

 

 

당시 저는 부장님의 말씀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공급사도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 일 텐데, 아무리 그래도 회사 대 회사의 일을 너무 감정적으로만 대하시는 거 아닌가? 과거 우리에게 피해를 주었어도 현재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오히려 그 공급사를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정답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구매자에게 공급자의 신뢰도나 관계의 지속성, 혹은 의리가 중요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때로는 매력적인 제안보다 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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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관계의 지속성에 대하여

모든 구매를 할 때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면 정말 피곤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베이스는 관계의 베이스입니다. 마치 처음 소개팅 자리에 나간 것처럼 쓸데없는 날씨 이야기를 하고, 갑자기 휴가 계획을 물어본다던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근황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러한 대화가 쓸모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의무적으로, 혹은 기계적으로 하는 대화는 서로 피곤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괜찮은 거래선과 관계를 지속하며 신뢰를 쌓는 것은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구매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유제품 회사에서 잠깐 구매와 관련 없는 일을 했을 때, 플라스틱 상자를 매각하는 일을 했었습니다. 그때 했던 업무는 정산 업무에 가까웠지만, 당시 매입해 주는 업체와 협업하면서 서로 불편하지 않게끔 나름 깔끔하게 일을 진행했고, 매입 업체와의 관계 또한 나쁘지 않았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 저는 구매로 보직이 변경되었고, 현재 유통사에서 포장재 관련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서 과거의 플라스틱 매입 업체의 존재는 아예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사에도 유사한 품목을 매각할 일이 생겼고, 어쩌다 보니 제가 그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매각할 곳이 따로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과거 제가 알던 플라스틱 매입 업체는 이 쪽 업체풀에서는 레퍼런스가 없는 업체였나 봅니다.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는데 매입 업체 담당자 분은 여전히 그 회사에 재직 중이셨습니다. 반가운 목소리로 통화하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고 이후 매각과 관련된 얘기를 했는데 정말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구매파트가 아니었을 때 구축한 관계임에도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구매 업무에 도움을 준 것입니다.

만약 제가 과거 해당 업체에 실수를 했더라면, 최근 통화한 담당자분은 제 전화를 반갑게 받아 주셨을까요? ‘매입 건에 대해서 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등의 식상한 표현으로 대응하지 않았을런지, 

 

매년 장마가 지날 때 즈음이면 서류 봉투에서 견적서를 꺼내 주던 영업 사원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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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USB | 이재엽 칼럼니스트

식품 제조업을 거쳐 현재 유통업계에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구매란 무엇인지, 좋은 구매를 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함께 알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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