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2024.04.03) 대만 인근에서 발생한 진도 7.2의 지진으로 인한 현지 피해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관련 업계는 TSMC의 피해가 자사에 미칠 영향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TSMC는 위탁 생산 반도체인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특히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생산하고 있다. 이 장치(GPU)는 AI 개발에 필수 요소로써 공급이 지연될 시 생성형 AI 개발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IT, 제조 산업군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대만 전국에 총 9곳의 팹(반도체 생산 시설)과 5곳의 후공정 팹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일부 팹 시설이 파손, 장비 손상, 일부 라인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있어, 많은 구매사들은 자사 공급망과 제품 생산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현재 궁금해하고 있는 듯하다.
대처방법을 참고할 사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과거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반도체 강자는 삼성, TSMC 등 이나 2000년대 초반에는 필립스도 반도체 업계의 선두 기업 중 하나였다.
당시 필립스의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시설 중 미국 뉴멕시코주의 공장에서는 핸드폰(피처 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RFC(Radio Frequency Chip)을 생산하고 있었다. 현재 TSMC가 파운드리 산업의 독보적 전 세계 1위 기업인 것처럼 당시 필립스는 핸드폰용 RFC의 독점기업이었다.
특히 뉴멕시코주 공장에서 전 세계 공급량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었다. 2000년 3월 공장이 있는 도시 전력시설에 낙뢰가 떨어져서 도시 전체 전력 공급에 이상이 생겼고, 이로 인하여 필립스 공장 반도체 생산시설 내의 아주 작은 공간인 청정실(clean room)에 소규모 화재가 발행하였다. 화재는 금방 진압되었으나 문제는 청정실의 전력 중단으로 인하여 환기시설이 가동되지 않았다. 반도체 제조시설의 청정실은 당연히 미세먼지조차 허용되지 않는 곳이므로, 비록 화재 자체는 아주 작은 것이었으나 오염으로 인한 사고 처리에 약 3주가 소요될 것으로 1차 발표되었다.
당시 전 세계 핸드폰 시장의 절대 강자이자 필립스 RFC의 주요 구매자였던 에릭슨(Ericsson)과 노키아(Nokia)의 대응은 크게 대비된다.
즉, 구매 담당자를 포함한 구매기업의 대응이 결국 기업의 흥망과도 직결되는 경우를 보여주는 케이스이다. 두 기업 모두에게 전략적 핵심 부품이었던 RFC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각 기업은 (구매) 담당자를 현지에 즉시 파견하여 상황을 파악하게 하였다.
에릭슨은 3주 정도 공급 중단이 있을 것이라는 공급사 발표를 근거로 에릭슨 내부의 재고 수준만 확인한 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키아는 3주 이상의 공급 중단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즉시 수립하여 실천하였다.
당시 대응 방안은 재고 우선 확보를 위한 긴급 납품 계약 체결, 동일 부품 납품이 가능한 타 공급사 물색, 새로운 공급사가 생산 가능하도록 칩의 재설계 등이었다.
결국 공급 중단 상황은 최초의 발표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 결과 선두 기업이었던 에릭슨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생산량이 50% 수준으로 낮아졌고 약 40억 달러(당시 기준) 손해를 입었다. 결국 무선 사업에서 철수하고 핸드폰 사업은 소니에 인수합병 된다. 이에 반해 노키아는 그 이후 핸드폰 업계의 절대 강자가 되어 애플의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 세계 시장의 절대 1위를 유지하게 된다.
마치며..
지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난 현재, TSMC의 핵심 장비들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하며전체 지진의 규모 대비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반도체, IT 업계를 포함한 각 제조사의 구매 담당자들은 자사 공급망에 미칠 영향 파악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상시 전사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준비가 부족한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도, 현지 생산자 정보, 자사 및 공급망에 미칠 영향 파악 등에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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