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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R, AGV 등 자율이송로봇은 물론이고 픽업로봇, 로봇 팔, 나아가 AI와 비전, 로보틱스를 합한 융합 로봇솔루션까지 물류센터는 다양한 자동화 로봇으로 인해 그 모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물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제 로봇이라는 바람은 물류의 시작지점인 센터를 넘어 소비자로 이어지는 라스트마일로 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람을 대신해 상품을 배송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송로봇’이 있다.
글로벌 시장의 배송로봇 시장은 이미 활성화된지 오래다. 미국, 유럽은 물론이고 가까운 중국과 일본마저도 배송로봇을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배송로봇 시장은 아직 작은 규모지만 그 성장성 만큼은 높다는 데 의견을 달리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본격적으로 막이 열릴 국내 배송로봇 시장을 맞이함에 앞서 물류신문에서는 배송로봇이란 무엇이고 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지, 그리고 배송로봇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봤다.
Part 1. 우리는 왜 ‘배송로봇’에 주목해야 하는가?
높은 경제적 창출효과 기대… 글로벌 외풍에 맞설 경쟁력도 갖춰야
코로나라는 대형 변수를 기점으로 물류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물류의 최종단계에서 소비자들이 설정한 곳까지 배송을 담당하는 라스트마일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으로 떠올랐다. 관심이 커진 만큼 투자도 이어졌고 라스트마일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어느새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왔다. 비정상적으로 팽창됐던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 한창이던 때와 비교해 급감함에 따라 이제 기업들은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투입되는 비용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로 배송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배송로봇, 큰 틀에서 실내와 실외로 구분
배송로봇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먼저 배송로봇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전적 의미가 뚜렷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배송로봇은 택배나 식품, 의료품 등 모든 소포를 사람 대신 배송하는 차세대 로봇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배송로봇업계에서는 배송로봇을 큰 틀에서 실내용과 실외용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실내배송로봇은 말 그대로 한 건물내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같은 의미로 층간이송로봇이라고도 불리는 실내배송로봇은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외배송로봇은 현재 국내 몇몇 규제특구 지역이나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글로벌 국가에서도 운영 중인 로봇 모델로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나 택배를 사람 대신 라스트마일 구간을 담당해 배송하는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배송로봇, 주목해야 하는 이유 4가지
우리가 배송로봇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시장의 동향이다. 배송로봇 시장과 관련한 전 세계 기관의 리서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 시각에서의 방향은 일치한다. 결국 최종 배송구간에서 로봇이 하는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리서치업체 The Manomet Current의 조사에 따르면 배송로봇의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2,430만 달러에서 오는 2027년에는 2억 3,659만 달러로 연평균 34%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럭스리서치는 오는 2030년에 이르면 전체 배송물량 가운데 20%는 배송로봇에 의해 배송되며 전체 배송로봇 시장의 규모 역시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배송로봇 시장의 규모가 길게 보더라도 향후 5년에서 10년 안에는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제 법적 허들이 사라진 국내 배송로봇 시장 역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이미 배송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솔루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형국이다. 미국의 자율주행 기반 스타트업 스타십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는 2021년부터 미국 전역 200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세이브마트(SaveMart)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 식료품 배송 건에 대해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했다. 또 다른 자율주행 기술업체인 토르토이스(Tortoise)의 경우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셀프포인트(Self Point)와 손잡고 로봇배송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스타십과 다른 점은 원격조종을 통해 로봇의 이동을 제어한다는 점이 중국과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이미 2021년을 기준으로 로봇 배송을 통해 약 100만 건의 배송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수행한 로봇의 이름은 ‘샤오만뤼’로 출시 1년 만에 중국 내 52개 지역, 약 20만 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송서비스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알리바바보다 먼저 로봇배송을 시작한 징둥 역시 성공적으로 로봇배송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징둥은 최근 기존 배송로봇보다 배송 효율을 약 2배 가량 높인 5세대 배송로봇을 발표하는 등 배송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라쿠텐과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라쿠텐은 일본 대형마트브랜드인 세이유와의 협력을 통해 로봇배송 서비스 실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파나소닉 역시 자체 개발 배송로봇을 활용해 제한 지역 내에서의 로봇배송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배송로봇 업체인 스타쉽의 모델]
(출처: 물류신문)
세 번째는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이다. 국내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대로 국내 시장 역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라며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곧 라스트마일 물동량이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배송로봇시장이 열리게 되면 해외 배송로봇의 국내 러쉬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배송로봇업계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미국의 스타쉽 같은 기업은 라스트마일 환경의 차이도 있고 미국 자체에서 발생하는 물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걱정되는 대상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미 식당에서 활용되는 서빙로봇은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 모델을 활용할 만큼 중국발 로봇러쉬가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 역시 “중국은 국가주도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배송로봇도 맘만 먹으면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그 전에 국내 배송로봇의 기술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마련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네 번째는 배송로봇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배송로봇이 향후 물류업계에 정착될 경우 어떤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물류산업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상당한 경제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단편적으로는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배송로봇만의 역할이 생겨날 수 있다.
한 국내 로봇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에서는 배송로봇이 도입될 경우 지금의 택배기사나 라이더의 일자리를 뺏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배송로봇은 향후 사람과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사람이 꺼리는 배송업무인 중장거리 단건배송이나 무거운 상품을 대신 옮기는 등의 역할을 로봇이 함으로써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되는 형태가 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된다면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기존 사람만이 하던 것과 비교해 훨씬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배송로봇이 비단 물류업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예를 들어 배송로봇의 외관을 활용한 홍보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 한 배송로봇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옥외 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항공기 등 일부 교통수단을 대상으로 상업광고가 가능해졌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향후 배송로봇에도 적용해 랩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송로봇의 재활용도 신산업이 될 수 있다.
상용화 단계를 거쳐 다양한 형태의 배송로봇이 산업에 적용되면, 결국 시간이 흐른 후 수명을 다한 배송로봇의 숫자도 상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재활용하거나 폐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전문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만큼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배송로봇 안에는 배터리나 높은 가격의 하드웨어가 포함되기 때문에 폐기나 재활용에 있어서 일반 전자기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 주도하에 이 산업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 물류신문)
Part 2. 배송로봇 전성시대 맞이하기 전 필요한 요소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사회적 인식 개선 된다면 …
국내는 물론 주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도 그 역할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배송로봇. 국내에서도 이제 배송로봇 시장이 본격화되려고 하는 지금 시점에서 배송로봇이 산업에 더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로봇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배송로봇 전성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배송로봇 업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확실’한 정부의 관심, 정책적 지원 더해지면 ‘금상첨화’새로운 아이템이 산업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일단 현재 우리 정부의 배송로봇에 대한 관심은 확실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오랜 시간 배송로봇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가장 큰 허들 역할을 했던 도로교통법 개정이 올해 초, 드디어 진행됐고 이어 개인정보보보호법, 지능정보 보호법의 개정안 등 올해 연말까지 배송로봇의 시장 안착을 위한 각종 법안 시행령 등이 마련될 계획이다.
드론 등 물류 관련 혁신 모빌리티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상 앞으로 배송로봇에 대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여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주도하에 로봇 솔루션을 적용할 수 기회의 장이 마련된다면 금상첨화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 국내 배송로봇 스타트업 대표는 “미국의 경우 배송로봇과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가 개발되면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고 시험할 수 있는 필드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도 한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충분한 데이터, 레퍼런스 구축이니만큼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준다면 배송로봇 활성화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의 침투에 맞설 수 있는 안정적 틀 있어야언제든지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 맞서 국내 플레이어를 위한 안정적인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는 수입 상품에 대해서 국내 상품과의 동등한 경쟁을 위해 부과하는 관세처럼 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배송로봇의 개발에 드는 품이나 다양한 기능상 대당 단가는 어느 수준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확실한 생산인프라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해외 글로벌 기업이 국내 모델과 비교해 훨씬 낮은 단가로 우리 시장에 들어온다면 기술력이 아무리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경쟁에서 무조건 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고객들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소비자들을 위한 최선의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해외 기업보다는 국내 배송로봇 업체들이 될 것”이라며 “실제 로봇을 도입하는 고객사들을 위해서라도 국내 배송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국내 시장 도전에 맞설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실내배송로봇 모델]
(출처: 물류신문)
배송로봇에 대한 사회적 인식,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면...
앞서 설명한 정책적인 지원보다도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배송로봇이라는 아이템 자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아직 접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보니 소비자들에게 생경한 부분이 있고 시장에 적용하는 데 있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 한 대형 배송로봇 업체 관계자는 “한 건물 내에서만 이동하는 층간이송로봇의 경우, 이미 건물 안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거나 약속된 상태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운영상에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며 “이와 달리 실외배송로봇은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변수에 노출된 상태로 배송을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장난감처럼 작은 형태의 배송로봇의 경우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처럼 인식될 수도 있고 발로 차거나 로봇을 넘어뜨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본적으로 배송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카고바이크(화물자전거)처럼 우리가 익숙한 자전거를 개조한 형태의 모빌리티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데 비교적 쉬운 경향이 있지만 배송로봇은 익숙하지 않은 모빌리티다 보니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며 “배송로봇을 운영하기까지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성을 확인한 후에 이뤄질 것이기에 배송로봇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장벽을 조금만 낮춰준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송로봇 플레이어들도 기술적 역량 충분히 키워야이번 취재를 위해 만난 배송로봇업계 관계자들은 배송로봇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꼽기 이전에 공통적으로 한 가지를 강조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 업계를 이끌어나갈 플레이어들이 자체 기술력을 지속해서 고도화해 충분히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해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스트마일 배송환경은 어찌보면 미국 등 글로벌 물류 중심 국가들에 비해서 오히려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 맞춰 배송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지속해서 기술 고도화에 힘쓴다면, 어쩌면 훗날에는 국내 배송로봇이 오히려 해외시장을 누비는 일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Part 3. 국내 배송로봇업계, 대기업·스타트업 ‘삼국열전’
대기업군 로봇역량 강화…로보티즈·뉴빌리티 등 로봇전문기업들도 영향력 확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시작단계라고 하지만 국내 배송로봇도 이미 본격적인 운행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KT와 LG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그간 배송로봇을 위한 개발을 지속해 오며 업계 대표 플레이어로 성장한 로보티즈 등 로봇전문기업들의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며 최근에는 삼성으로부터 투자 유치에도 성공한 뉴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한 여러 스타트업들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배송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대기업군과 스타트업군에서 국내 배송로봇 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플레이어 3곳씩을 정리했다.
KT·LG·로보티즈, ‘국내 배송로봇, 우리가 선두주자’
지난 6월 21일, KT는 ‘AI 사업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7년까지 약 7조 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리고 KT의 이 계획의 중심에는 배송로봇이 있다.
KT는 장기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을 육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T는 AI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로봇을 물류 등 배송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KT의 AI 실내배송로봇이 LG전자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제주신화월드에 자리잡은 것을 필두로 향후 공장형 물류로봇과 농업용 배송로봇, 나아가 실외배송로봇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시장에서도 KT표 배송로봇에 대한 기대는 높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WMC 2023 현장에서 처음 공개된 KT의 배송로봇은 온도와 습도를 제공할 수 있는 콜드체인 시스템 기능이 적용돼 식품 등 온도관리가 필수인 상품을 배송하는 데도 문제없이 운행할 수 있어 현장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KT의 AI 실내배송로봇]
(출처: 물류신문)
국내 대기업 가운데 배송 등 물류 로봇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바로 LG다. 지난 2010년대 후반부터 로보스타와 로보티즈, 아크릴은 물론 미국 보사노바로보틱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 관련 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LG는 그 결과 자체 기술력으로 ‘클로이 로봇’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클로이 로봇은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적재해서 운반하는 캐리봇에서부터 식당에서 활용되는 서빙로봇, 길 안내를 해주는 가이드봇, 커피를 타는 바리스타봇 등 다양한 형태로 역할을 할 수 있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G는 클로이 로봇의 활용성을 이제 배송으로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는 LG전자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카카오모빌리티 사내 카페에서 로봇을 이용한 실내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의 실내 배송에도 활용되고 있는 클로이 로봇]
(출처: 물류신문)
로봇구동장치 사업에서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자율주행로봇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로보티즈는 국내 배송로봇업계를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로보티즈 배송로봇 솔루션 라인업은 크게 ‘집개미’와 ‘일개미’로 구성된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집개미는 실내배송을, 일개미는 실외배송을 각각 담당한다. 최근 서랍형과 스윙도어형, 트레이형 등 다양한 시스템을 탑재한 신버전이 공개된 집개미는 호텔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현장 도입을 검토할 만큼 관심이 크다. 여기에 로보티즈는 최근 국내 주요 승강기 업체 중 한 곳인 TK엘리베이터와 MOU를 체결, 집개미가 더 활발히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실외배송로봇인 일개미에 대한 관심도 높다. 현재 강동구 고덕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서 단지 내 카페에서 지정된 장소까지 커피를 배송하는 업무를 전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새로운 버전의 개미도 등장을 앞두고 있다. 오는 8월 열릴 호텔 페어에서 공개될 새로운 개미는 기존 물류기능에 청소 등 다양한 기능을 더한 버전으로 그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로보티즈의 배송로봇]
(출처: 물류신문)
뉴빌리티·와트·모빈, ‘기술력을 무기로 경쟁에서 앞서나간다’
스타트업들에게 있어 ‘고난의 시기’라고 불렸던 지난해 초, 시장을 놀라게 했던 뉴스가 전해졌다. 한 자율주행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 2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투자참여사들도 IMM인베스트먼트, 삼성웰스토리, 롯데벤처스, 신세계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 업계를 대표하는 곳들이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당시 뉴스의 주인공이 바로 뉴빌리티다.
도심을 누비는 실외배송로봇인 ‘뉴비(NEUBIE)’를 통해 시장에 등장한 뉴빌리티는 빠르게 기술력을 고도화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비단 로봇에서 멈추지 않고 최근에는 로봇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뉴비고(NEUBIEGO)’를 파트너사들을 대상으로 선보이며 성공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에는 HL그룹의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인 HL클레무브와 ‘자율주행 로봇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드론-로봇 연계도심지 고중량 화물 멀티 모달 배송기술 개발사업’의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도 선정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뉴빌리티의 배송로봇 ‘뉴비’]
(출처: 물류신문)
와트는 단순한 컨셉 단계의 모델을 넘어서 실제 물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로봇 모델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와트는 지난 2021년, 실제 아파트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물류배송을 실증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 탄생한 모델이 배송과 적재 효율을 대폭 높인 ‘제임스 W1’과 ‘W-스테이션 XZ’이다. 먼저, ‘제임스 W1’은 로봇 팔로 승강기와 자동문을 컨트롤할 수 있어 별도의 인프라 변경없이 기존 건물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간 효율을 대폭 개선한 택배 보관함 로봇 모델인 ‘W-스테이션 XZ’는 주차장 1칸 면적의 설치 공간만 있어도 아파트 약 900세대에 이르는 택배 물량을 수용할 수 있을만큼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와트의 이 두 모델은 함께 적용할 수 있다. 고객이 택배상품을 ‘W-스테이션 XZ’에 넣고 가면 자동으로 송장을 읽고 ‘제임스 W1’을 호출한다. ‘제임스 W1’은 ‘W-스테이션 XZ’에서 물품과 배송 주소를 전달받아 배송지 문 앞에 배송 후 완료 사진까지 고객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배송업무를 마무리하는 형태다.
[와트의 배송로봇 모델인 ‘제임스 W1’와 ‘W-스테이션 XZ’]
(출처: 물류신문)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올해 초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한 모빈은 업력이 채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빈의 배송로봇 모델의 특징은 ‘장애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로봇’으로 정의할 수 있다.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구부렸다가 펴지는 특수 고무바퀴를 적용한 모빈의 배송로봇은 4개의 휠을 통해 계단 등 로봇이 이동하기 까다로운 구역에서도 무리없이 이동이 가능하다.
장애물을 통과할 때 적재함이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특수기술도 적용했다. 실외배송로봇이 배송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개발된 모빈의 배송로봇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거운데, 올해 4월에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손잡고 배송로봇 활용을 위한 실증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CU와 배송로봇 활용 위한 실증사업에 나선 모빈의 모델]
(출처: 물류신문)
Part 4. “배송로봇 활성화, 로봇 바라보는 시각차 좁히는 것이 우선”인터뷰/ 임상덕 한국로봇산업협회 정책기획팀 팀장
국내에서 배송로봇 시장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업계와 정부, 이를 활용하는 고객사,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의 서로 다른 요구와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있다. 그리고 한국로봇산업협회는 국내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해 중간자의 역할을 20년 넘게 수행하고 있다. 배송로봇 시장의 개막을 앞두고 한국로봇협회는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임상덕 한국로봇산업협회 팀장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물류신문)
Q. 한국로봇산업협회는 배송로봇 시장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A. 시장에 대한 전망은 층간 이송로봇인 실내배송로봇과 실외배송로봇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내배송로봇의 경우 시장 활성화가 머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제한적으로 건물 내 배송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델도 있고 실제 반응도 좋은 상황입니다. 국내 한 대형 물류기업의 경우 실내배송로봇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임직원들을 위한 복지차원의 서비스를 로봇을 통해 전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승강기 업체들과의 대화가 아직 남아있는 숙제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문제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해결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내배송로봇을 통해 해당 업체들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배송로봇은 분명 우리 눈 앞에 가까이 와 있고 조만간 여러분이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쉽게 실내배송로봇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실외배송로봇의 경우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실내보다 훨씬 더 다양한 외부조건을 마주하게 되고 그만큼 운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장이 활성화만 된다면 실외배송로봇은 어떻게 보면 실내배송로봇보다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협회 차원에서 국내 배송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 예정인 사업이 있다면?
A. 배송로봇 활성화를 위해 저희 협회는 산-학-연 연계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간 실외배송로봇의 실외주행을 가로막고 있던 법 규제를 개정하기 위해 산업부, 로봇산업진흥원과 더불어 중간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올해 11월, 해당 규제가 완화된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저희 협회는 향후 실외배송로봇 시장이 보다 안전하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손해보장사업(공제사업)을 보험개발원 및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과 협의하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층간을 이동하는 실내배송로봇이 좀 더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승강기 관련 단체와 표준화를 위한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로봇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승강기도 어느정도 규격화된 프로토콜 등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로봇-승강기 표준화가 마련된다면 실내배송로봇이 다양한 건물에 적용되는 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앞으로 기업이 배송로봇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애로사항이나 규제로 인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부를 대상으로 한 의견개진에도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아울러 민간 차원에서도 배송로봇산업의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발굴, 개선할 계획입니다.
Q. 국내 배송로봇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제가 그간 로봇 업계에서 몸담으면서 느꼈던 점은 로봇 업계에서 생각하는 로봇의 수준과, 고객이 생각하는 로봇의 수준 사이의 간극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국내 시장에서 로봇이 시장을 만들고, 더 활성화되는 것을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배송로봇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입 초기에는 그 비슷한 간극을 로봇업계와 고객, 소비자가 모두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에는 배송로봇이 나의 일자리를 뺏는 존재,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이나 국내 일부에서 활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로봇은 인간의 자리를 뺏는 것이 아닌, 인간의 역할을 돕는 부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송로봇은 다시 말해 우리의 적이 아니라 친구인 셈입니다.
올 연말부터 실생활에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실외배송로봇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으로 속도와 무게를 제한해 운용될 예정입니다. 이 배송로봇들은 충분한 안전성을 검증하고 시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생경함에서 오는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로봇산업협회는?
한국로봇산업협회는 지난 1999년 6월,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발전과 진흥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사를 위해 R&D나 인력양성, 로보월드 및 국제협력, 표준화 및 조사통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대한민국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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