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 접경 이스라엘 중남부 지역을 기습 공격하였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이후 최악의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하는 가자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불과 2주 만에 이스라엘에서 약 1,400명, 팔레스타인에서 약 4,6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에 따라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스가 2백여 명의 민간인 인질을 잡아간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인질 구출 및 하마스 궤멸을 위한 가자에 대한 전면적인 지상전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하마스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레바논, 시리아, 이란 등이 가자에 대한 지상전을 돌입하는 경우 이에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을 넘어 중동지역의 국제전으로 확대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시기적으로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건국 이후 최대 군사적 위기였던 1973년 욤 키프르 전쟁(제 4차 중동전쟁)이 일어난 지 50주년 바로 다음날인 10월 7일 새벽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심리적 타격은 상당하다. 그동안 1년 넘게 연립정부 구성 실패와 재선거를 반복해왔던 이스라엘 국내 정치혼란 속에 중동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이스라엘의 정보망과 군사력이 무력화되었다.
한편 지난 10월 22일, 이스라엘이 테러 분자 제거를 위해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알 안사르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공습하였는데 이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전투기를 이용한 서안 지구 공습이었다. 레바논 남부와 시리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하마스 등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는 이스라엘의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북부접경에서 제2의 전선을 열기위해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을 자극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확대되고 이스라엘이 시리아 공항 시설에 대해서 선제 타격을 하면서 이스라엘 국경 전체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가 이번 공격을 최소한 1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준비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이용한 무기나 전술 역시 하마스가 단독으로 준비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마스가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란이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중동 지역의 양대 군사대국인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분쟁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간 경계]
미국이 동지중해에 항모를 보내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하면서 이번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압박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이집트가 카이로에서 평화회담을 주최하였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참석하지 않은 채 가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민간인 보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원칙 준수라는 원칙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루어진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하마스란?
하마스(Hamas)는 현재 가자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무장단체이다. 1920년대 후반 이집트에서 설립된 순니파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의 팔레스타인 분파로 1987년에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그동안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합의한 오슬로 협정의 ‘두 국가 원칙’을 거부하였으나 2017년, 기존 헌장을 수정하고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팔레스타인 경계인 가자, 서안, 동예루살렘에 임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수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무슬림형제단을 오랫동안 지원했던 카타르는 물론 이슬람 시아파인 이란 등의 재정적·군사적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군사조직 뿐만 아니라 행정·복지조직도 갖추고 있어 팔레스타인 내 지지를 얻고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선에서 PLO를 승계하는 파타 당을 누르고 사실상 승리하였으며, 2007년 가자 지역에서 내전 끝에 파타 세력을 몰아내고 자치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공격은 물론 이스라엘 내외에서 폭탄테러를 수차례 감행하여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가자 지구는?
가자 지구(Gaza Strip)는 이스라엘 남서부에 위치한 남북 길이 41㎞, 동서 폭 10㎞의 면적 약360㎢(서울 면적의 약 2/3배)의 지역으로 서쪽으로는 지중해, 북쪽과 동쪽으로는 이스라엘, 남쪽으로는 이집트와 접경해있다. 약 2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이스라엘 건국 이전 현재의 이스라엘 영토에 거주하고 있다가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다.
1948년 1차 중동전쟁부터 1967년 4차 중동전쟁까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번갈아가며 이 지역을 점유하였다. 오슬로 협정에 따라 1994년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되었고 2005년 ‘중동평화 로드맵’에 따라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완전 철수하였다.
2007년 하마스가 이 지역을 단독 통치하면서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가자에 대한 해상 및 영공 봉쇄가 시행되고 있다.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단체로 보는 이집트 또한 가자 남쪽 국경을 통제하였다. UN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를 비판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테러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자 북쪽의 에레즈(Erez) 국경검문소와 남쪽의 라파(Rafah) 국경검문소를 통한 매우 제한적인 인적·물적 이동만 가능했으나 이번 전쟁 발발이후 이 또한 봉쇄되면서 10월 22일까지 단 한차례 라파를 통한 인도적 물자 지원만 이루어졌다.
[가자지구 지도]
2. 전쟁의 배경과 원인
1948년 중동 전쟁에서 아랍 연합군이 이스라엘에 패퇴한 이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은 여러 아랍국가의 지원을 받았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은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었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조약 이후 이집트가 아랍국가로부터 정치·경제적 제재를 받을 정도였다.
이후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02년 ‘아랍 평화 이니셔티브’를 제안하며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기준으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이스라엘과 국교를 수립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미국 오바마 행정부 이후 중동정책이 변화하면서 걸프 아랍권 국가들은 이란이라는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을 미국이 계속 막아줄 것이라는 신뢰를 잃게 되었고 이스라엘과 경제 협력을 통한 실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그 결과 2020년 9월 15일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정식으로 수교를 맺고 이어 모로코, 수단 등의 아랍 국가 또한 이스라엘과 외교 정상화에 나서게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중재 아래 아랍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하게 되면서 팔레스타인은 더욱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지난 9월 말 파타 당이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중 팔레스타인이 주로 거주하는 일부 지역의 통제권과 이스라엘 정부의 승인 없이 설치되는 불법 전초기지 철거를 사우디-이스라엘 수교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의 이스라엘의 점령지 전면 철수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는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기존 조건에서 대폭 후퇴한 것이다.
[아브라함협정]
이런 배경 속에 하마스는 중동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데탕트 분위기를 깨고 팔레스타인 내에서 파타 당이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공격하여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내 정치가 지속적으로 정부 구성에 실패하고 재선거를 실시하며 혼란에 빠졌고 결국 네타냐후 총리가 반 팔레스타인 극우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한편 가자 지구 내 경제 회복을 위해 이스라엘 또한 노력하고 있다는 대외적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하마스에 대한 경계에 해이했던 상황도 하마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였다.
중동 지역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하마스가 군사적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인구가 밀집된 가자 지구 내에서 게릴라 전술을 통해 분쟁을 장기화하는 와중에 하마스를 궤멸하려는 이스라엘의 무리한 공격으로 더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면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협상은 물론 기존의 아브라함 협정 체결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소위 중동 지역 내 반이란 공동전선을 구축하게 되는 것에 대한 이란의 경계 또한 직간접적으로 작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번 하마스 공격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직접적인 책임을 부인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전면 공격이 시행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며 경고하고 있다.
3. 물류산업에 대한 영향
1) 국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과 한국 간의 교역 규모는 한국의 전체 수출입 대비 0.3~0.4%[1]에 불과하여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적항공사는 주 3회 운항 중인 텔아비브 행 여객기 운항을 중단하였지만 운송 화물 규모는 매우 작다.
다만 염화칼륨(브롬), 자몽주스,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 등 일부 품목의 경우 대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여 수입선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장기화가 된다면 한국의 주요 교역품목인 전기전자부문에서 이스라엘 기업과 진행하는 공동 연구개발(R&D) 사업에 타격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2) 이스라엘 지역 물류 현황
하마스 공습 이후 이스라엘 국내 물류 수송은 대부분 정상화에 접어들었으나 전쟁위험할증금이 인상되면서 물류 수송비는 증가하였다. 이스라엘의 최대 석유 터미널인 아슈켈론(Ashkelon)항은 가자에서 불과 15㎞ 떨어져 있어 이번 공습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10월 16일 현재, 부표를 이용한 화물 하역만 가능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양대 교역항인 아슈도드(Ashdod)와 하이파(Haifa)항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가자 지구와 50㎞가량 떨어진 아슈도드항의 경우 항만노동자의 10%가량이 예비군으로 차출되고 위험화물에 대한 보안 수속이 강화되면서 화물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16일, 주요 글로벌 선사인 에버그린이 불가항력에 따라 아슈도드행 화물을 하이파행으로 변경하기로 공지하였다. 이스라엘에서 컨테이너를 취급하는 양대 항만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류 중 차지하는 비중이 0.4%[2]에 불과하여 글로벌 해상 물류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스라엘을 비롯한 동지중해 연안을 거치는 운행에 대한 전쟁위험할증료가 대폭 상승하였다.
HMM은 지난 18일 자로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할증료를 아시아 지역 출발 100달러, 40피트 기준 200달러, 인도아대륙(India and subcontinent) 출발 화물에 대해 각각 50달러와 100달러로 인상하였다[3]. 하이파항에 거점을 둔 세계 10대 선사인 ZIM 또한 10월 12일부터 전쟁위험할증금을 적용하고 있다.
[HMM 이스라엘 화물에 대한 전쟁 위험 할증료(WRS)]
(출처 : HMM[3])
항공 물류의 경우 공습 직후 대부분의 항공편이 취소되었으나 이스라엘 항공청은 텔 아비브 벨 구리온 공항 운영을 정상화하고 국제선을 재개하였다. 이에 따라 엘 알(El Al) 이스라엘항공을 비롯한 이스라엘 국적항공사의 경우 대부분의 항공편을 정상 운행하고 있으나 다른 외국 항공사의 경우 현지 긴급 귀국 수송편을 제외한 항공편을 잠정 중단하였다.
홍콩 기반의 캐세이퍼시픽은 연말까지 텔 아비브행 항공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더욱이 항공전쟁보험을 제공하는 주요 보험사들이 이스라엘 및 레바논 지역 항공편에 대한 보험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외국 항공사의 운항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적항공사의 항공편에 대한 보험은 이스라엘 의회 재정위원회에서 60억 달러까지 이를 보증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3) 글로벌 물류에 대한 영향
이스라엘 시장 자체가 글로벌 물류에 끼치는 영향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인한 수송비용 증가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더 클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이 지리적으로 유럽-아시아 물류를 담당하는 수에즈 운하나 에너지 물류에서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과 가깝다는 점은 다소 우려할 부분이지만, 우선 글로벌 물류에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에즈 운하에 대한 리스크는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
수에즈 운하를 통제하고 있는 이집트는 현재 양측과 거리를 두고 중재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가자에서 대규모 난민이 이집트로 유입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제유가그래프]
하마스의 공격 직후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10월 18일 현재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 배럴 당 90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였으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유 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국제유가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까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위험 요소는 증가할 것이다.
천연가스가격의 경우 가스 수출국인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으로 인해 가자 인근의 타마르 가스전 천연가스 생산을 중단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를 거쳐 유럽으로 수출되는 규모가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입 중 5%에 불과하지만,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적 요인과 최근 발생한 발틱해나 호주 등 다른 지역의 공급 충격 이슈와 맞물린다면 유럽 및 아시아의 LNG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한국 내 트럭을 이용한 육상운송 물류 비용이 함께 상승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와 비교했을 때 전세계 경기침체로 에너지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EU를 비롯한 주요국의 가스 저장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이런 상방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인다. 석유 수송과 마찬가지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조성된다면 LNG선적에 대한 전쟁위험할증으로 운임인상이 예상된다.
4. 향후전망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산업에 대한 장기적인 효과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향후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전쟁의 역내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에 대한 지상전을 포함한 대규모 공격에 나서는 경우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시리아군이 이스라엘 북쪽 국경에서 군사 분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번 전쟁은 장기화 양상에 접어들 것이다.
이스라엘의 막강한 화력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상전을 통한 하마스의 궤멸과 민간인 인질 확보라는 두 가지 당면 목표를 수 주일 내에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2008~09년과 2014년 두 차례 이스라엘군이 가자에서 지상작전을 수행한 바 있는데 당시에 비해 이번 하마스의 무장 수준은 차원이 다르다. 이미 가자 지구는 터널과 참호로 요새화되어 있으며 이번 하마스의 공격 규모를 보았을 때 상당한 수준의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양측의 엄청난 희생이 불가피하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국제전으로의 확대를 가장 경계하고 있어 이스라엘 북부 전선에서 정규군 간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보다는 산발적인 국지전이 장기에 걸쳐 지속되는 시나리오가 더 유력하다. 이에 따라 중동의 역내 불안이 글로벌 경기 둔화 장기화로 이어진다면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항공과 해운 물류 수요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하마스의 공습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부인하고 있으나 만약 이란의 개입에 대한 증거가 발견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이란 혹은 예멘이나 이라크 등의 친이란 세력과 미국 혹은 이스라엘 간의 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 세계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어 이스라엘의 전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이란 또한 어렵게 관계를 회복한 걸프 아랍국가들이나 가까운 중국과 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 양국 간의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실질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이란의 대리군(proxy)로서 레바논 헤즈볼라와 시리아 군과 이스라엘 간의 저강도의 산발적 전투 형태가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리스크는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여 전세계 석유공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인데 현재 이미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이 중국, 이라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원유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석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충격적인 수준의 유가 상승 가능성보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인한 유가 불안정성의 상승에 따라 배럴당 100달러 전후를 오가는 수준으로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이스라엘이 미국의 압력에 의해 지상전을 최소화하고 인질 협상에 나서는 좀 더 평화적인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 이스라엘 국내 정서를 감안하였을 때 단기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스라엘이 가자에 대한 지상전을 하더라도 하마스 지도부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고, 설령 이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가자 지역의 권력 공백을 해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2007년 이후 가자 지구에서 쫓겨난 파타 당의 자치정부가 가자에 들어선다면 이스라엘과 결탁한 부패세력이라는 이미지가 더욱 심화되어 서안 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파타 당의 미래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대규모 지상전으로 희생자가 계속 발생하는 경우 그간 하마스와 거리를 두었던 아랍국가도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스라엘이 다시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하마스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 이 경우 아프리카 등지에서 재기를 노리는 IS를 비롯한 극단세력이나 소위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 조직이 자극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물류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추진하던 대이란 제재 해제와 이란 핵합의 복원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국교 협상 등의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회복의 기회가 다음 대선을 앞두고 크게 위협받는 점에서 가자에 대한 공격이 장기화되는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물류산업에 영향이 있을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중동 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하고 최근 G20에서 발표한 미국 주도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프로젝트도 추진력을 얻으면서 물류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