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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뉴노멀인 시대, 해운기업의 리스크 관리 전략
  • 공급망관리
  • 물류/유통
  • 4~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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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스퀘어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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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 2020년 1월 코로나로 인한 중국 우한의 봉쇄 조치로 세계 주요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후 항만근로자의 코로나 감염에 따른 항만봉쇄로 글로벌 해운대란 발생.

#사례 2 : 2021년 3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대만의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좌초되어 세계 최대 해상 교역로가 6일 동안 봉쇄.

#사례 3 :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에너지, 식량 및 반도체 원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비상사태 발생.


위 내용은 최근 발생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사례들이다. 세계 각국이 밀접히 연계된 글로벌 경제체제에 있기 때문에,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국가 경제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필수 역량이 되고 있다.

오늘날 의약품, 반도체, 자동차 등 전 산업에 걸쳐 예상하지 못한 공급망 붕괴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업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대부분의 공급망 위기 원인은 이들 리스크를 정확히 사전에 식별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 부재로부터 기인한다.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리스크 식별, 리스크 평가, 리스크 대응, 리스크 모니터링 단계로 구성된다.

리스크 식별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사건을 규명하고 그것이 위협인지 기회인지 판단하는 단계로 기업 내외부적 리스크 유형을 구분하여 이해해야 한다.

리스크 평가는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미래 사건이 경영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통상 사건의 ‘발생가능성(risk likelihood)’과 ‘영향(impact)’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한 리스크 매트릭스(risk matrix)를 활용한다. 이는 리스크 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소요되고 모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대응은 리스크 매트릭스에 기초해 평가한 개별 리스크에 대해 수용(acceptance), 회피(avoidance), 완화(reduction), 공유(retention), 이전(transfer)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을 구사하는 단계이다. 예를 들어 공급업자(supplier)의 파산과 같은 영향력은 작지만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새로운 공급원 선정과 같은 ‘이중 조달 전략(dual sourcing strategy)’을 통해 회피할 수 있다.

자연재해, 테러 및 사이버 공격처럼 영향력이 크나 예측하기 어려운 블랙스완은 정기적인 시나리오플래닝을 이용하여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거나 보험을 통해 리스크를 이전하는 방안이 있다. 노사분규와 소비자 선호 변화처럼 영향력도 작고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훈련과 IT시스템을 통해 회피해 나가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처럼 영향력은 크나 비교적 예측가능한 리스크는 소싱 및 재고 전략을 재검토하여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리스크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 이 같은 리스크의 체계적인 분류와 그에 따른 대응전략 개발은 공급망 회복성(supply chain resilience)을 개선하는데 필수적이다.

모니터링은 관리 대상 리스크에 대한 이상 징후를 도출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검토, 감독, 관찰하고 실행을 관리하는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는 단계이다.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d36fb592-85ae-48f0-a673-e9b3dc1df3b5.jpg(출처 : 포스코경영연구소, 『전사적 관점의 리스크관리 이해』, 2011)

 

 

해운 산업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

세계 교역량 운송의 85%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 산업은 태생적으로 국제성을 띄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세계 각국의 규제와 정책 압력에 적절히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운 산업은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어서 시황변동이라는 리스크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이에 대응할 전문적인 관리능력이 요구된다. 일례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해상운임은 소위 ‘중국 효과’에 힘입어 3배 이상 급등하는 초호황기를 구가하였으나 2008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95% 폭락하였다. 이 같은 극단적 시황 변화는 해운기업의 운임수입, 운영자금, 선박자산가치의 급락으로 이어져 기업 입장에서 막대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해운기업의 시황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지난 2016년 한진해운 파산이 좋은 예이다. 해운 산업이 전통적으로 위험과 보상이 큰 산업(risk and reward industry)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운 산업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관계로 선박 확보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이는 신규 기업에 대한 진입장벽 역할을 하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실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해운기업들에게는 선박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과 선가 변동에 따른 적절한 선박매매전략이 수익 확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해운 산업에는 다양한 리스크가 상존

해운 리스크는 전략적 리스크, 재무적 리스크, 운영(산업) 리스크, 전통적 리스크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전략적 리스크는 지경학적(Geo-Economic) 리스크와 기술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러-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분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전환 등을 꼽을 수 있다.

 

재무적 리스크는 운임, 유가, 금리, 환율, 신용, 유동성 변동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해상운임 변동은 해운기업의 수입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며, 유가 변동은 선박 운항비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해운기업의 비용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이다.

 

또한 선박 확보를 위한 저렴한 자금조달과 운영비 지출을 위한 풍부한 현금 자금 확보는 해운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운영(산업) 리스크는 해운 산업(시장)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의 환경 변화와 IT 시스템, 테러와 해적 행위, 숙련된 선원의 확보, 국제적인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해운산업 전통적 리스크에는 자연재해, 기술적 결함 그리고 해난사고 원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적오류 등이 포함된다.

 

 

[해운 리스크 유형]

 

fb51b24b-1e76-4f4f-88de-bb2d4d5e54d8.jpg(출처 : 저자 작성)

 

해운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리스크는 운임 변동과 유가 변동

이러한 다양한 해운 리스크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도를 기준으로 개별 리스크들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러 리스크들 가운데 비용과 효과를 감안하여 가장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덴마크 해운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Frederik & Vitalijs (2017)의 연구에 따르면 해운기업들은 운임 변동과 유가 변동을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로 꼽았으며, 그 다음으로 선박 환경규제, 거시경제 변동, 선가 변동, IT시스템의 안정성, 선박사고 등을 상위 리스크로 꼽았다. 또한 금리와 환율 변동, 기술발전과 숙련 선원의 확보, 지경학적(Geo-Economic) 리스크를 중위 리스크로 선정하였다.

 

 

[해운산업 리스크 매트릭스]

 

e6de1c3a-3299-4a1d-9eac-0f978246da25.jpg(출처 : Frederik Holm, Vitalijs Kalinovs, Risk and Risk Management in the Shipping Industry, Copenhagen Business School, 2017)

 

그렇다면 해운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해운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요인인 운임 변동 리스크(일명 시황 리스크)는 앞서 언급했듯이 해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라는 산업적 특성에 기인한다. 즉 수요 측면에서 화주들은 해상운임이 아무리 높이 상승하더라도 대체 운송수단을 확보하기 어렵고, 공급 측면에서 신조선 건조 시 평균 2-3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운임 변동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해운시황에 따른 선박가치의 변동은 해운기업의 자산 가치 변동을 의미하므로 매우 중요한 관리대상 중 하나이다. 통상 금융기관들은 선박을 담보로 해운기업에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선가 하락 시 금융기관의 상환 요구에 적절히 대비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문에 정확한 해운시황 예측에 기반한 최적화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전문기관들이 제공하는 시황관련 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운임률 헤징을 위해 운임선도시장(FFA)[1]을 이용하거나 장기운송계약(COA)을 체결하여 미래 운임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해운기업의 최우선 관심사 중 하나인 유가 변동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선사들의 전략은 유류할증료(BAF)와 속도저감(slow steaming) 전략을 들 수 있다.

최근 미국 연준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신조선을 대량 발주한 선사들은 고금리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KMI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2.5%까지 인상 시 국내 외항해운기업들의 이자비용은 총 8,287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은행들의 해운 산업에 대한 대출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장 중소 해운기업들은 향후 시황 악화 시 신규 선박 확보에 필요한 자금은 물론, 심지어 운영자금이 부족하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해운 산업의 탄소중립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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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운영(산업) 리스크 가운데 향후 해운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선박의 대기오염 규제를 강화하는 다양한 협약을 도입하고 있다. IMO는 2016년 질소산화물(NOx) 규제 강화를 시작으로 2020년 황산화물(SOx) 규제에 이어 선박의 연간 온실가스(GHG) 배출을 오는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현존선박에 대한 에너지효율 규제(EEXI) 및 탄소집약도지수(CII)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3] 

 

따라서 해운기업들은 친환경 선박 확보 및 대체연료 확보 등 향후 해운 산업의 탄소중립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은 물론, 이를 국내 해운 산업의 경쟁력 확보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정부 역시 선급, 조선소, 선사 및 관련 기관들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여 정보제공 및 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4

 

 

해운 산업, 디지털 혁신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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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안정적인 IT 시스템의 확보를 통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는 것은 성공적인 해운기업 운영을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나이다. 특히 디지털화와 자동화 등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운기업과 선박 및 항만에 대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는 랜섬웨어 감염으로 물류 시스템이 마비돼 약 3천억에 가까운 손실을 본 바 있다.

 

향후 스마트 해운물류 플랫폼 혹은 자율운항선박이 등장할 경우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내 해운기업들은 향후 해운 산업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이해도 및 실제 대응 현황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해운기업들도 전통적 사업방식의 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전사적 IT 보안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개발해야

영국의 해운경제학자 M. Stopford는 그리스 해운의 성공 요인을 해운시장의 저점과 고점을 예측하고 대비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는 데 있어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스는 시황 침체기에 헐값으로 중고선을 매입하고 호황기에 높은 가격으로 선박을 매각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소위 경기 역행적 선박 투자전략을 통해 세계 최대 선박 보유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 해운기업들은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임 시장(freight market)에만 사업 초점을 맞추어 왔으나 이제는 선박거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선주 사업(tonnage provider)을 민간에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된 선박금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선박 자산에 대한 가속상각을 허용하는 선박 조세리스(tax lease)제도를 도입하여 민간 선박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다가올 불황기에 대비하여 ‘해운 산업 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해 시장 조기 경보 체계, 해운기업 부실예측, 위기 상황 별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실시함으로써 해운기업의 부실 징후를 조기에 파악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동태적이고 신축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불확실성 시대에 대비해야

세계는 바야흐로 급격한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이 뉴노멀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현재의 해운 호황기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해운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상에서 살펴본 해운 리스크들을 기존 방어적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특히나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한 해운 산업의 특성상 동태적이고 신축적인 리스크 관리만이 진정한 경쟁우위가 될 것이다. 위기는 반복된다. 동태적이고 신축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불확실성 시대에 대비한다면, 다음 위기는 과거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References

[1] 운임선도시장(FFA)이란 현재운임을 고정가격으로 하여 미래 시점 운임인 변동가격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장외파생상품임
[2] 박성화․김한나․최수호, KMI 동향분석 Vol.183, 2022.6
[3]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Index)는 1톤의 화물을 1마일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CO2량을 기관출력, 재화중량톤수 등 선박의 제원을 활용해 사전적으로 계산 및 지수화한 값
[4]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적 선박중 EEXI 규제 대상선박은 1,084척이며, 이 가운데 40%에 달하는 선박이 미충족 상태임(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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