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업무를 비롯하여, 세상만사에는 주도권에 따른 甲-乙 관계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구매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통상적으로 구매를 하는 포지션에 있는 담당자가 甲의 위치에 근접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乙의 위치에 놓인 담당자로서 어려운 협상의 순간이 대다수입니다.
저 또한 식품 산업, MRO, 이커머스 등 여러 산업군에서 구매 업무를 하며, 소위 '乙'의 입장에 위치한 구매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MRO 산업에서 화학 카테고리의 구매 업무를 담당했을 때, 공급사와 고객사의 중간 위치에서 공급사가 설정한 가격 구조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매 순간에 거래 관계에서 '甲'의 요구(단가 인상 반영 요청, 공급 일정 변경 등)와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현실을 타개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구매 활동은 '乙'에서 시작하지만, 몇 가지 전략에 실행력을 더하면 '乙의 역전'이 가능합니다.
왜 乙의 위치에 놓였을까?
구매 담당자가 乙의 위치에서 공급사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① 정보 비대칭
첫 번째 경우는 공급사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시장가가 오픈되어 있는 범용품과 달리, END USER의 공정 환경, 조건 등에 적합하게 세팅되어 있는 구매 품목들은 대부분 시장가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각 가공 공정별로 사용되는 특수유 같은 경우는 공급가가 형성되는 원가 구조 속 '숨겨진 비용'이나 '조건' 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한정적인 정보로 협상에 임하면 당연히 정보가 많은 쪽에게 끌려가듯,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집니다.
② 대안 부족
공급사의 선택지가 한정적일 경우 의존도가 높아집니다. 대부분 乙의 입장에 놓이게 되는 구매 품목들은 제조나 공급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품목들입니다. Player가 적은 시장에서는 품질과 공급 안정성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급사의 압박을 받는 순간에도 사실 내부적으로는 쉽게 품목 대체를 위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乙의 구매 전략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력'입니다.
물론 이번 칼럼은 동기부여 컨텐츠가 아닌 '구매 전략'에 대해 고민과 생각을 나누고자 시작한 주제입니다.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문구와는 달리, 실제로 乙의 구매 환경 속 스트레스에 비해 이를 타개할 실행력을 갖고 해결을 모색하는 담당자는 많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실행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논의는 MRO 社 재직 당시의 일화를 바탕으로 나눠보고자 합니다. 산업용 접착제의 구매 업무를 담당하던 당시, 중장비 제조사에 공급되는 H社 나사 고정제가 글로벌 Shortage로 인해 국내 납품이 무기한 연기된 적이 있습니다. 국내 재고도 없던 상황이었고, 고객사 담당자는 당시 엄청난 액수의 배상 책임까지 언급하며 공급 책임을 요구했었습니다. 당연한 요구였습니다. 공급사도 수급 이슈를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단가 인상 요청 공문과 공급 지연 공문을 동시에 쥐어주며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말 다행인 건 산업 박람회나 세미나에 참석하면 명함을 교환하고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협력사 POOL을 확대하고자 항상 노력해 왔다는 점입니다.
'지금 당장 대체품으로 전환 할 수 없어도,
언제든지 tesf를 진행해볼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두는 것.'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품목의 대체는 분명 쉽지 않습니다. 매우 유사한 spec의 품목이라도 대체를 위한 부서 간 협업(ex. 품질팀, 생산팀, 연구소, 구매팀 등)을 통해 Lab Test를 거쳐 양산 test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향해 뛰어드는 시점은 위기의 순간(동시다발적 단가 인상, 공급 이슈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 위기의 순간에 준비된 자에게는 분명 기회가 찾아옵니다.
품목에 대한 정보와 대안, 주도권을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잠재 협력사 POOL을 늘리고, 공급사별 컨택 빈도를 늘려 정보를 최대치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체할 공급선이 없다던 그 Sole Vendor.. 정말 그 업체가 sole vendor일까요? 제가 새로운 산업군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품목의 구매를 담당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은 공급사 POOL의 유무입니다. 한 업체를 통해서만 거래되고 있는 경우, 이유를 물어보면 90%의 대답은 "예전부터 이 업체를 통해서 공급받았고, 대체가 어려운 품목이에요"였습니다.
아무리 player가 적은 품목이라고 할지라도, 분명 대체 공급선은 존재하고 구매 담당자의 강한 의지와 잠재 협력사간의 연결만 이뤄진다면 그때부터 정보가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키워드들이 들리고, '적정 수준'이라는 기준 자체가 없던 흐름에 작은 '기준'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합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품목의 spec을 기준으로, 유사한 grade별 견적을 수집하여 적정 공급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접착제 대체 스토리로 돌아와서,
수급 이슈로 인해 생산 차질에 심각성을 느낀 고객사 내부에서도 대체 TEST를 위한 프로세스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오랜 기간 네트워킹을 다져온 신규 공급사의 대체품은 적합 판정을 받아서, 양산에 적용될 수 있었습니다. 짧고 간단한 스토리 같지만, 3~4개월이 넘는 시간이 담긴 스토리였고, 그 과정은 고단했습니다. 이후 기존 품목의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기존 공급사와 신규 공급사를 이원화하여 운영하며 공급 안정성과 구매 주도권을 모두 잡을 수 있었습니다.
Win or Learn
이 스토리의 甲, 乙, 그리고 기타 이해관계자 모두가 직장인이라는 가정하에, 우리는 치열하게 대체품을 검토하고 Cost Table을 만들어 적정 단가를 검증하는 등 다양한 구매 활동을 하지만, 매월 일정하게 입금되는 급여에 직접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동적인 방식에서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우리가 주도하는 구매 전략을 충분히 펼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비록 많은 공을 들인 작업에도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다행인 것은 직장인에게 '실패'는 없다는 것입니다.
Win or Learn.
여러분의 치열했던 구매인으로서의 하루하루는 분명,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이루거나 배움으로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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