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이블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산업계에서 구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산업의 특성에 따라 처한 환경이 다르므로 구매업무 내에서도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각자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따라서, 각 업종별 구매업무의 차이점에 대해 서로 나누다 보면 개선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은 제가 몸 담고 있는 방위산업계의 구매업무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방위산업은 말 그대로 국가의 방위와 관련된 물자를 생산 공급하는 산업계입니다.
2023년도 국방예산 규모는 약 57조 원이며 그중 병력운영비와 병영건설비, 국방기금으로 34조 원 정도가 책정되어 있으니, 나머지 대략 23조 원이 기존 전력을 유지하는 전력 유지비와 새로운 무기체계를 장만하는 전력 증강비가 방위산업계의 시장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시장에는 과거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전문 생산업체들이 과점 체계를 구축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정부 방침에 의거하여 복수업체에 의한 조달 및 경쟁 체계로 바뀌어 가는 추세입니다. 방위 산업은 내수 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정부가 단일 고객으로,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민수 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구매 업무도 어떤 부분이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1. 엄격한 정부의 규제
먼저, 정부와 거래를 하는 만큼 일단 규제가 엄격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 되겠습니다. 국방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법규, 규정, 규칙 및 인증 요건을 준수해야 하며 이를 준수하기 위해 사내 업무 프로세스도 행정적인 소요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예를 들어, 수출/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상대국에서도 방위산업 물자 및 전략 물자의 수출/입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검토하므로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이 사업 진행에서 큰 변수가 됩니다. 또 군사 기밀과 관련된 사항이 사업 내용에 포함되어 있을 때는 보안 규정에 저촉되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업무를 해야 하므로 협력업체와 충분한 보안 절차를 구비하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됩니다. 구매해야 하는 자재가 단종이 되었을 경우, 사내에서의 대체품 검토뿐만 아니라 정부에 등록된 자재 정보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 기술변경 절차에 따른 시간까지 납기에서 고려를 해야 합니다.
법규와 관련해 또 하나의 큰 고려사항은 국가계약법과 하도급법의 충돌점을 어떻게 해소해 가느냐입니다. 방위사업 계약을 정부와 체결할 때 공급자는 국가계약법과 방위사업법에 따르게 되나 협력업체와는 하도급법에 따라 계약하게 되므로 그 사이에 맞지 않는 점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수의계약을 하거나 또는 사업 진행 중이나 끝난 후 정산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법에 따라 정부에 원가를 공개하게 되는데 하도급법 대로 하면 협력업체의 원가는 볼 수가 없습니다.
또한 착중도금을 정부로부터 받았을 때, 협력업체에 착중도금을 지급하는 방법도 방위사업법을 따를 것인지 하도급법을 따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상황들에 대해서 법무팀과 함께 적용법의 기준을 정하고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협력업체와의 계약과 업무 절차에 그 내용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구매담당자의 중요한 역할이 되겠습니다. 이미 정해진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이후 법 개정에 따른 영향성을 분석하고 현행 업무에 변경 사항을 적용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2. 품질의 중요성
방위산업 구매업무의 또 다른 특징은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긴박한 위급 상황에서 무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TV나 냉장고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방위산업에서는 제품의 품질과 적기에 납품하는 것이 비용적인 요소보다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유관 부서는 무조건적인 가격 절감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존에 개발 또는 공급했던 실적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단일 고객인 정부의 사용자 특성에 따라 기존 실적 협력업체의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그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는 것이 사업 수주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새로운 업체를 발굴하고 협력업체 Pool을 건전하게 유지하며 가격이 저렴한 자재를 구입하고자 하는 구매 부서의 업무 방침과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업 초기에 유관 부서와 밀접하게 협의하여 기존 업체와 신규 업체 구성의 사업 구도를 잘 구축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겠습니다.
#3. 긴 사업주기 & 다품종 소량생산
세 번째 특징은 긴 사업 주기와 다품종 소량 생산에 따른 영향입니다. 기술집약적인 무기체계 제품의 특성상 개발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발 완성 후 양산 제품의 배치, 후속 지원까지 보통 한 제품이 10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의 수명 주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품종 소량 생산의 사업 특성상 대량 구매에 따른 Buying Power를 가지는 것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와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협력업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그 다양한 제품들의 Life Cycle을 잘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또한 사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정부와 확정 계약을 맺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정산 및 개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른 금액의 변동사항을 협력업체의 계약과 발주에 이상 없이 반영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게 관리를 해야 합니다. 특히 양산 사업의 경우, 협력업체 구매/발주 의뢰가 생산 계획에 따라 분산되어 구매 부서에 요청됩니다. 이를 위해 구매 담당자는 해당 사업의 소요 자재 종류와 총량을 파악하여 여러 발주들을 잘 묶어서 관리해야 향후 착중도금 관리나 계약 정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사업 특성과 함께 보면 양산 사업의 구매담당자는 관리해야 할 사업이 매우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 내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이 자재와 생산 계획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비해, 구매 부서는 협력업체와의 계약과 발주 중심으로 업무해야 하는 것에서 오는 문제점이라 생각되는데 다른 산업군에서는 이를 어떤 관리 방법이나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상과 같이 오늘은 방위산업계의 구매 업무 특징을 3가지로 나뉘어 언급하였고, 그로 인한 업무적 고려사항과 어려움을 이야기해 봤습니다.
#1. 규제가 엄격한 산업군 성격 #2. 품질과 적기 납품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사업 특성 #3. 긴 사업주기와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징에 따른 협력업체 및 계약 관리
오늘 언급한 내용은 방위산업계의 특징일 수도 있고, 수명 주기가 긴 수주 사업이나 정부를 단일 고객으로 하는 산업의 공통된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산업계에서 구매 부서가 어떤 업무적 특성에 기인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해소해 나가고 있는지같이 이야기해 보면 자신의 업무에 적용할 만한 개선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활발한 토론의 장이 열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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