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구매 부서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같이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현재 구매 업무를 하고 있거나 구매 업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앞으로 구매 업무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회사 내부에서 구매 부서의 위상은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해 궁금해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저와 여러분의 의견을 이 자리를 통해 나눈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미래를 가늠해 볼수 있지 않을까요?
먼저, 구매 부서의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야기를 시작하자니 Apple社의 팀쿡이 스티브잡스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2011년도가 생각이 납니다. 당시 팀쿡은 재무나 기술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었습니다. 과거 Compaq社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근무 한 바 있으며, Apple에 입사한 후에도 100개에 이르던 부품공급회사를 20개로 줄이는 등 생산관리와 구매의 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성공은 Apple의 혁신적인 아웃소싱 전략의 성과에 힘입어 구매 업무의 전문가도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출 수 있다는 사례가 되었고, 앞으로 구매 전문가가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아직 한국에서는 구매 전문가 출신의 인물이 큰 기업의 CEO가 되는 사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팀쿡은 아직도 Apple의 CEO로 승승장구 하고 있죠. 그의 성공은 그가 구매 부서 출신이어서 일까요? 아니면 상관없는 그만의 능력 때문인가요? 그리고 구매 부서가 재무 부서 또는 영업/마케팅 부서보다 더 인정받는 미래가 올까요?
구매 업무의 변화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언급해 보고 싶은 것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입니다.
사람이 컴퓨터로 수행하는 반복적인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기술을 일컫는 RPA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업무 경향이 뚜렷해 지면서 근래에 더욱 각광받고 있습니다. 여러 업무 분야에서 RPA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고 구매 업무 분야에서도 구매 사양이나 규격이 확정되어 있는 단순 구매의 경우, RPA를 적용하고 있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양이나 규격 그리고 가격의 변동성이 큰 품목이나 서비스, 용역 등의 구매는 아직도 인간이 조율하고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은 업무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도를 높이는 업무 변수를 세분화하고 구체화하는 것에 AI(Artificial Intelligence)를 통한 자기 학습을 적용한다면 조만간 대부분의 구매 업무에 RPA 적용이 가능해 지지 않을까요?
구매 업무 담당자 입장에서는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업무가 줄어드는 것이 당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업무가 없어지고 난 후에는 어떤 구매 업무를 통해서 부가가치를 더하고 발전해 나가야 할까요? 불행히도 잉여 인력이 되어 다른 업무나 회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구매 부서의 미래에 대해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서 답을 찾아보고자 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컨설팅 회사인 KPMG에서 2016년에 발표했던 논문입니다. 전체 내용에 관심있는 분은 글 말미의 논문 링크를 참고하시고, 본문에서는 연관된 내용만 요약하여 간단하게 나눠 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면 회사의 조직 구조가 분권화 또는 중앙집권화 되는가를 수평 축에 두고, 디지털화의 정도를 수직 축으로 하여 4분면을 만들고 이에 따른 네 가지 시나리오를 구성했습니다.
각 4분면에서 일어나는 구매부서의 변화된 양상을 간단히 요약해 봤습니다.
번 시나리오 - R. I. P. Procurement : 조직의 분권화↑ / 디지털화↑ • 구매 업무는 시스템과 기계, 사이버 물리장치와 인공지능에 인수됨
• 공급자 파트너십 결정은 프로그램 매니지먼트와 개발 또는 경영진의 책임으로 이관됨
번 시나리오 - Procurement primacy : 조직의 중앙집권화↑ / 디지털화↑ • 구매업무가 회사의 최고 위치에 오름
• 공급업체 감사, 회의 등은 가상세계에서 이루어짐
• 구매의 부가가치는 비용절감과 데이터 관리 통찰력에 있음
번 시나리오 - Project economy world : 조직의 분권화↑ / 디지털화↓ • 구매 부서는 해체되어 유동적인 조직구조로 대체됨
• 구매 담당자는 프리랜서로 프로젝트의 외주 위험관리자로서의 역할
• 생산 현장에서 재료와 서비스 구매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수행
번 시나리오 - The creative agency : 조직의 중앙집권화↑ / 디지털화↓ • 구매 부서는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내부 조직으로 재구성되어 그들의 노하우를 회사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
• 구매 매니저는 새로운 내부 조직에서 회사의 제품에 대한 지식, 공급업체 전문 지식, 협상과 리더십 역량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역할을 수행함. 이 시나리오의 마지막 내용은 구매가 스스로를 재발명 했다는 것임(Reinvented itself)
위의 네 가지 시나리오는 단순히 네 가지 경우의 수 중에 하나의 미래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산업군의 종류 및 발전 속도에 따라서 한 시대에 네 가지의 양상이 동시에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위 논문에서 주목했던 점은 시나리오 2. Primacy of procurement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가지 시나리오에서는 모두 정도가 다를 뿐, 결국 구매라는 직무가 없어지거나 다른 부가가치를 내는 방향으로 그 형태가 변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예측 결과는 구매 직무 자체가 경영 활동의 시작 지점이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업과 개발 그리고 생산을 연결하는 업무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기업의 업무 방식이나 환경이 변하게 되면 구매 업무는 영업, 개발, 생산 등의 업무 영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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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위의 예측이 맞는다면 없어진 구매 부서의 업무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서로서의 조직은 없어질 지라도 업무적 기능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는 것에 주목해 봐야 합니다. 구매 담당자는 구매 업무를 통해 습득된 본인의 경쟁력 즉, 회사 제품에 대한 지식, 공급업체 혁신 관리를 통해 축적된 전문 지식, 전통적인 협상과 리더십 역량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결국에는 스스로의 업무를 재발명(Reinvented itself)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조직이나 부서의 형태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을 얼마든지 바꿔 나갈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구매 부서 뿐만 아니라 회사의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구매와 연관된 업무를 통해서 습득된 개인의 능력과 경험은 환경이 변하더라도 회사 안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구매 업무를 수행하고 있거나 구매 업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구매를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업무 전문성을 쌓는것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셨으면 합니다. 구매 업무 경험과 더불어 구매와 관련된 공부를 조금 더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공유한 논문은 미래의 양상에 대해 시나리오 기법 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알차게 분석한 내용이 많으니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 참고 문헌 : Larry C. Giunipero & Heiko von der Gracht & Marcus Schueller (2016) Future-proof Procurement (https://assets.kpmg/content/dam/kpmg/co/pdf/SPC-03-kpmg-studie-future-proof-procuremen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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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스럽습니다. 불가피하게 해외 자료를 많이 참고하게 됩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연구된 내용이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생산관리나 물류관리에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며 구매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숨겨져 있는 국내 연구사례를 열심히 찾아서 공유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