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구매와 자재의 구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여러 가지 원칙들이 있겠지만 나는 후배들에게 “회사 정문 밖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구매부문이 담당하고, 회사 안에서 이뤄지는 행위는 자재부문이 담당한다.”라고 얘기한다. 쉽게 말하여 거래처 탐색 및 선정, 계약, 주문, 조달 업무는 구매가 진행하고, 자재입고, 현장조달, 재고관리는 자재가 담당하는 것이다.
나의 첫 회사를 돌아보면 최초 생산계획을 근거로 소요량을 산출하고 재고에 대입하여 부족량을 협력업체에 발주한 후 납품일까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외자의 경우 직접 물류업체(Forwarder)및 관세사무소와 연락하여 무역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입고 후에는 제품 수량확인, 수입검사(사이즈, 색상, 기타 등), 창고 적재를 시행하였고, 생산 직전 라인에 조달 업무까지 수행하였다.
구매직무의 변화
요즘 취업 포탈사이트나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구매직무 메신저방을 보면 구매자재 직무보다는 SCM직무가 더 많은 채용공고를 내고 있고, 구매자재 직무에서 SCM직무로 이직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SCM이란 단어 안에 Supply라는 의미가 있듯이 구매직무와 떨어질 수 없는 구조이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SCM직무 자체가 구매직무와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앞서 나열한 내가 경험한 중소기업 구매업무 프로세스는 구매자재 부분을 넘어 “1인 SCM 부서역할을 했다.”고 말해도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대부분 회사는 구매파트와 자재파트를 분류하는 추세이고, 품질 직무도 나날이 변화되고 발전되어 팀내에서 수입검사 업무를 수행함으로 구매자재 인력들이 품질측면 업무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메신저방 인원을 대상으로 Q,C,D 우선순위 조사를 한 결과 Q를 우선으로 한다는 대답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D: 약60%, C: 약30%)
중소기업 구매직무의 장점과 단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소기업 구매직구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구매직무 내에서는 업체선정, 구매계약, 원가관리 등 그리고 관련업무로 물류, 무역, 품질, 자재관리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멀티플레이어]의 초석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 업무 내에서 보면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발주서 배포 및 조달에 가장 많은 시간을 둔다. 업체 선정을 두고 입찰이나 비교 선정을 할 상황이 안되며, 꽤 오랫동안 신용으로 거래하였기 때문에 계약에 대한 인식도 안 갖춰진 협력업체들도 비일비재 하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다듬고 정리하면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 단점 또한 같은 맥락이다.넓은 업무범위로 인하여 한 부분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식 업무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구매 내적의 업무는 출장 업무를 제외하고 그나마 사무실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업무 도중 자신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재 하차, 수입 검사, 조달 등의 업무는 사무실이 아닌 현장 및 창고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동시간 및 그날의 기후 조건 등으로 인하여 업무 리듬을 완전히 망가트릴 수 있다. 게다가 이 업무들은 예측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집중하여 일을 해야 하는 시간에 잦은 이동이 생기고 제시간에 업무를 마무리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중소기업 구매직무에 종사하며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