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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도 안 되는 할인율로 고객들을 호객했던 머지포인트, 지난 여름휴가를 앞둔 많은 고객들을 울분하게 했던 티메프 사태. 구매담당자이자 한 명의 고객으로 바라본 나의 시선을 나눠보고자 한다.
머지포인트와 티메프의 활황
머지포인트 사태는 2021년 발생한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으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선불형 포인트 서비스로 부터 시작되었다.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포인트는 자주가는 식음료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편의점과 같이 통신사 할인이 가능한 매장에서도 할인 후 최종 머지포인트를 사용함으로써 20%가 넘는 할인율을 적용받아 구매할 수 있었다.
일명 티메프라고 불리는 티몬과 위메프는 이커머스가 지금처럼 활황이기 전 소셜커머스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기업이었다. 등록된 상품을 일정기간 내에 핫딜로 엄청난 할인율을 적용해주기도 하고, 지역 내 매장들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일종의 온라인 공동구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덕분에 판매 수량별로 더 큰 할인율을 적용받거나, 일정 기간 내 구매 시 최대 할인율을 적용받아 구매할 수 있었고, 인터넷 최저가보다 더 저렴한 최저가이며 심지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할인율을 적용한 쿠폰을 사용할 수 있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두 서비스를 이용했던 주 고객층
귀차니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서비스를 절대 이용할 수 없다. 필요한 게 있을 때 집과 가까운 마트나 슈퍼를 가고 혹은 고개만 돌리면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람, 인터넷에서 리뷰를 찾아보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전혀 이용할 일이 없는 서비스이다.
두 서비스를 이용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내가 손품, 발품을 팔더라도 사려는 상품을 어디서 사는 것이 저렴한지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고 유사한 상품이라면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 구매인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아닐까.
고객들이 사용한 결재수단
전자상거래의 결제수단은 계좌이체, 무통장입금, 신용카드로 시작했다. 이체가 쉽지 않았던 시절에는 이체 기한이 지나 주문이 취소되기도 하고 신용카드 정보를 모두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으로 인해 최종 구매 전환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케이스를 최종 주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간편 결제 서비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는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간편 결제가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게 되고 거기에 추가 포인트까지 지급받으니 결국 사용하는 서비스는 한 두 군데로 국한되게 된다. 본인이 이용하는 간편 결제 이용이 안될 경우 이익이 크다면 불편을 감수하고 사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구매한 고객들, 체리피커(Cherry-picker)
체리피킹이란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비용 대비 효율이 뛰어나거나 인기가 있는 특정 요소만을 케이크 위 체리 뽑듯이 골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소비하려는 현상을 가리키는 경제 용어이다. 이렇게 체리피킹을 하는 소비자를 체리피커라고 부른다.
머지포인트도 티메프도 불편하게 결제할 일은 없었고 이왕 사는 거 저렴하게 사려고 했을 뿐인데, 갑자기 웬 체리퍼커냐고? 이들은 굉장한 불편함과 귀찮음을 감수하고 본인들이 가진 신용카드의 혜택을 뽑기 위한 최적의 시나리오로 머지포인트와 티메프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정리해 본 체리피킹 프로세스
1) 상품권 구매로 구매실적을 채우거나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받는다.
2) 매월 현금화가 가능한 특정상품권의 할인 딜 정보를 받고 본인이 소유한 신용카드의 전월실적을 채우거나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최대치를 구매해 포인트를 쌓는다.
3) 구매한 상품권 번호를 해당 홈페이지에 하나씩 입력해 온라인 머니화 시킨다.
4) 특정 프로세스를 거쳐 온라인 머니를 현금으로 환불받는다. 경우에 따라 온라인 머니로 사용한다.
5) 결과적으로 소유한 신용카드의 전월실적 달성을 통해 할인을 받는 이익 또는 상품권 구매로 쌓은 포인트로 받는 이익을 얻게 된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해당 온라인 머니를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본 케이스라면 티메프 사태는 1) 티메프를 통해 구매한 상품권을 현금화하지 못했거나 2) 티메프를 통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상품권사 경영난 및 온라인 머니 사용처 제한에 따라 실제 사용 불가한 포인트가 됨에 따른 손해로 볼 수 있다.
구매담당자의 시선으로 이 사태를 바라본다면?
① 단기계약적 관계보다는 장기협력적 관계추구
구매담당자는 상황에 따라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체리피커가 되기도 하고 장기적을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오히려 회사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당장 저렴한 제품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급사를 선정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품목에 따라 구분하여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요즘처럼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이 우선하는 것이 결코 회사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② 재무제표가 건강한 기업과의 거래
장기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급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최초에 공급사와 계약하기 전 신용등급평가서를 필수로 제출하게 하고 그와 별개로 제무재표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은 크지만 부채가 지나치게 많은 기업, 재고자산이 많은 기업 등 몇몇 위험 지표는 읽을 수 있어야 공급사 선정을 위한 이해도를 높일 수가 있을 것이다. 당장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 재무제표상 결손금이 어마무시했던 티메프를 활용했던 소비자는 기업 정보를 하나하나 찾아볼 수 없겠지만 구매담당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머지포인트는 공개된 재무제표가 없었다.
③ 정상 면허를 보유한 기업과의 거래
장기적으로 함께 일을 하기도 했고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고 해결해 주었던 기업이라 기존 계약 내용과 유사한 거래를 새로 시작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면허를 확인해야 한다. 계약하고자 하는 품목의 면허 내 업무 허용범위가 바뀌거나 법이 변경되어 신규로 도입된 면허 등이 있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적절한 면허를 가진 업체를 통해서만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전자금융업 등록이 안되어 있었던 머지포인트는 면허가 없을 경우 형사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대대적인 할인을 내세워 포인트를 판매한 후 사용가맹점 수를 줄이고 결국 수백억의 미환불금을 남겼다.
④선금은 보수적으로..
안정적인 발주(계약)를 위해 선금은 해당 발주(계약)를 진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 수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커머스와 같이 100% 선금으로 진행 시 상품을 못 받는 경우 환불받는 것은 더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해당 발주(계약)의 안정적인 완성을 위해서 품목별로 선급금의 비율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이 부분은 공급사와의 충분한 협의로 결정해야 한다.

사견을 덧붙여 보자면,
#알뜰족을 위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 특정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알뜰족을 위한 정보가 주였다. 할인을 받거나 할인받을 수 있는 경로를 공유하는 곳으로 그중 신용카드를 통해 포인트를 쌓는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신용카드로 환불할 상품권을 산다?
신용카드사는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받고 소비자는 내 신용을 기반으로 편리한 소비를 하게 된다. 신용카드 사용을 위해서 연회비도 내다보니 소비자들은 해당 신용카드의 혜택을 극대화해서 받고 싶어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상품권이다.
문화상품권을 포함한 몇몇 상품권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를 통해 구입해 신용카드 포인트를 쌓고 해당 상품권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현금으로 환불받는다. 결국 현금화 할 수 있는 상품권을 신용카드로 사는 셈이다. 환불 수수료는 8% 수준이며 구매당시 6~8%사이 할인율을 받아 구매하게 되면 소비자가 손해볼일은 없다.
#공짜로 채우는 전월실적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전월실적이 있어야 다음 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전월실적에 포함되는 사용 건에 상품권이 포함되는 경우에는 상품권을 구매함으로써 포인트도 쌓고 전월실적도 쌓음으로써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릴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카드사별 상품권 구매 한도는 월 100만 원으로 한 번에 여러 개 카드 전월실적을 채울 수가 있었다.
#신용카드사의 고정매출일까? #티메프의 알짜매출일까?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금액의 한도가 (루트당) 최대 200만 원 정도로 결국 1인당 200만 원의 고정 신용카드 매출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환불할 수 있는 상품권이 문화상품권, 도서문화상품권, 해피머니상품권으로 티몬과 위메프를 포함한 몇몇 이커머스에서 판매를 하였다.
특히 티메프의 경우 매출이 모자라면 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월초/월말에 반짝 오픈을 해서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링크가 확산되기도 했기에 회사 유지를 위한 현금 돌려 막기에 최적의 수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번 글을 마치며..
관련 내용을 이렇게 정확하게 아는 이유는? 그렇다. 나도 저 체리피커 중 한 명이었고 머지포인트 사태가 있기 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에 멈췄다. 아무래도 구매라는 직무를 하다 보니 저렴하게 사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지만, 연차가 올라가며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안정성에 집중하게 되면서 나의 개인적인 소비성향도 변화한 것 같다.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과 현상들이 당장은 나와 관련 없는 일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의 삶을 넘어 내가 하고 있는 직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직무에 대한 지식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현상을 통해서도 우리의 직무 저변을 넓혀나간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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