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전문가라면 항상 품질(Quality), 납기(Delivery), 단가(Cost)라는 3대 요소를 균형 있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구매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D) 등은 기업 공급망에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산하 SCCP(통관절차소위원회, Sub-Committee On Customs Procedures)가 올해 2월 경주에서 개최된다. 구매 및 SCM 전문가이지만 또한 관세사이기도 한 본 저자는, 총회의 "Workshop on Green Customs for MSMEs"에서 각국 정부관계자, 세관 의사결정권자 등을 대상으로 발표를 맡게 되었다. 발표 주제는 ‘환경규제 관련 중소기업 지원(Presentation on supporting MSME exporters to comply with environmental regulations)’이며, 이 발표를 준비하며 느낀 점과, 글로벌 환경 규제가 구매 전문가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함께 나누고자 한다.
환경 규제가 구매 업무에 미치는 실질적 변화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구매부서의 업무는 단순히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화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구매부서가 경험하는 변화 사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탄소 배출 데이터를 고려한 구매 전략이 필요해졌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탄소 배출량이 높은 품목에 대해 EU 수출 시 관세를 부과한다. 이로 인해 구매부서는 각 공급자로부터 정확한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제공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가 EU 고객사로부터 배출량 증빙 요구를 받았지만, 일부 부품의 탄소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납기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을 겪은 사례가 발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매 단계에서 공급자의 탄소 배출 역량을 사전에 평가해야 한다.
둘째, 지속 가능성 실사와 공급망 투명성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CSDDD는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환경 보호, 인권 준수, 윤리적 경영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는 EU의 지침이다. 구매부서는 각 공급자의 생산 공정, 원자재 조달, 하위 공급업체 운영까지 상세히 검토해야 하며, 문제를 발견할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의류 브랜드는 공급망 내 면화 생산 과정에서의 물 사용량과 노동 조건을 조사하지 않아 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는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기업의 평판과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환경 인증 제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고객과 시장에서 환경 인증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Green Customs Initiative”는 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해 신속한 통관 절차를 제공하며, 이는 구매부서가 환경 인증 제품을 선호하는 강력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 역시 "플라스틱 자원 순환 촉진법"을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이는 재활용 자재 공급망 구축을 고려하는 기업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넷째, 미국의 환경 규제와 구매 업무에 대한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 에너지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탄소세 도입을 포함한 탄소 배출 규제를 준비 중이다. 특히 철강, 알루미늄, 배터리 등의 주요 수입 품목에 대해 환경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해당 산업군에 속한 공급자를 대상으로 구매부서는 더욱 철저한 데이터 검증과 인증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태양광 패널 제조사의 경우, 공급망 내 원료 사용의 탄소 배출량과 윤리적 생산 조건을 충족해야만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공급자 관리와 지속 가능성 통합
구매부서가 지속 가능성을 도입하려면 공급자 관리 방식에서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탄소 배출량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CBAM과 같은 규제는 단순한 데이터 부족이 공급망 전체의 위험 요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공급자와 협력하여 배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평가와 계약 체결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다음으로, 공급자 평가 기준에 지속 가능성을 포함해야 한다. 기존의 품질, 납기, 단가 등 기준에 환경 성과를 추가하여 공급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재활용 원료를 활용하거나 환경 인증을 받은 공급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 환경부의 "올바로(Allbaro)" 시스템은 폐기물의 추적 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FTA 원산지 요건 충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기술적 지원이 필요한 공급자와의 협력을 통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기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기업 이미지 향상에 기여한다.
결론, 지속 가능한 구매 전략의 중요성
환경 규제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대응해야 할 현실이며,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구매 전문가들은 품질, 납기, 단가 중심의 기존 역할에 지속 가능성을 통합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구매 전략은 단순히 법적 요구를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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