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업무 오래하면 반드시 생기는 직업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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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업병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프로파일러가 나와서 직업병으로 집에 가구가 없다고 말해 궁금증을 유발했는데요. 끔찍한 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것이 직업이다 보니 트라우마가 생겨 집에 가구는 물론 가위, 칼 등 범죄에 사용될만한 물건을 일체 집에 두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 주변인 중에도 교육 관련 직무를 오래한 친구는 신입사원 OT, 교육을 오래 진행하다 보니 진행병이 생겼다고 합니다. 팀 회식은 물론 친구들 모임에서도 진행을 하게 된다고.. 또, 전시행사 기획을 오래한 친구는 집안 행사는 물론 친구들 결혼식도 전부 짜줘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합니다.

구매업도 직업병이 있을까?

방송을 보고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도 나름 구매 업무를 10년 넘게 했는데 나에게도 직업병이 있을까? 한참 생각해 봤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일반 사무직인데 뭔 직업병이 있겠어…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습니다.

얼마 후 퇴근 길에 집사람과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었습니다. 좋아하는 사골만두국을 주문했는데 8천원 이었습니다. 사골만두국이 나오자 생각 보다 양이 너무 적어서 실망했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지만 이건 너무한거 아냐. 이거 원가 따져보니…?

사골만두국 8천원 쌀까, 비쌀까?

음식을 앞에 두고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사골만두국 원가를 대략 계산해 보았습니다. 우선, 주재료에 대한 유형을 나누고 개별 가격을 확인합니다. 식자재 도매마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각종 원재료 가격을 검색합니다. 가장 싼 제품의 가격을 확인하니, 사골곰탕 500g 1봉이 1090원, 왕만두 1봉(2.1kg)이 18980, 떡국떡 2kg이 4490원 등입니다.

눈 대중으로 대략적인 양을 추측해 예상 원가를 계산합니다. 500g에 1~2인이라고 적힌 걸로 봐서 사골곰탕 1봉 (1,090원). 왕만두 1봉(2.1kg)이 30개입인데 만두국에 4개가 들어가니 (18980÷30X4=2,580원). 떡 50g 들어갔다고 가정하면 (4490원÷2000*50=112원). 소금, 간장, 파, 고명 등 나머지 고정 재료들은 대략 400원 잡습니다.(총 금액 8000원의 5%). 마지막으로 고정비 (가게 임대료, 인건비 등) 800원 잡습니다. (총 금액 8000원의 10%) 다 더하면 4,982원이네요.

사골만두국 한 그릇에 8000원인데 제조 비용이 대략 5000원이니 마진이 약 3000원 정도로 대략 40%입니다. 물론, 정확한 원가는 아니지만 대충 일반인이 모방해서 만들면 비슷한 금액이 나올 것입니다. 물론, 가게의 규모, 업력, 사업 수완 등에 따라 원가는 더욱 낮아질 수 있겠지만요.

나도 모른 구매 직업병의 정체는 바로…

“마진이 40%나 되는데 양이 왜 이렇게 적은거야. 사장님한테 좀 따져야겠는데…” 음식을 시켜 놓고 제가 음식 앞에서 한 행동을 보고 집사람이 혀를 차며 얘기합니다. “그만 좀 하세요. 음식 앞에서 대체 뭐하시는 건가요? 음식이 나왔으면 감사히 먹으면 될 일이지. 누가 구매쟁이 아니랄까봐… 직업병이네 직업병이야”

“아! 나도 몰랐던 구매 직업병이 있었구나.”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디서 무얼 사던, 무얼 먹던 원가를 따져 보고 비싼 거 같으면 주인에게 깎아 달라고 혹은 서비스 더 달라고 해서 직업병이 도진다는 것 을요!"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아주 좋은 직업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왜냐하면 이렇게 얘기해 가격을 깎거나 서비스를 꼭 얻어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렇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