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안에 가까이 있어 사람들과 친밀하고 낭만적인 모습을 보이던 항만은 물동량의 증가로 선박의 입출항이 많아지고 대형화되었다. 이로 인한 교통 및 환경문제가 발생하여 점차 화물선들은 도시에서 멀리 밀려나 이제 화물선들을 보려면 도시 외곽으로 나가야만 한다.
이렇게 항만을 끼고 있는 항구 도시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대기 오염물질과 항만 작업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화물운송 차량의 도심 통과로 인한 교통정체 때문에 도시민들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도시와 함께하던 항만 공간은 친수 공간으로 공원화되었거나, 요트나 여객선의 계류장으로 변하였다.
해양수산부는 2019년 항만 지역 등 대기 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제정하여 전국 13개 주요 항만에 오는 2030년까지 육상 전원공급설비(AMP, Alternative Maritime Power)를 구축하여 정박 중 발전기 사용의 제한 및 하역작업 중 발생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수립하였다. 2022년부터는 부산항, 인천항, 여수・광양항 등 주요 항만에 황산화물(SOx) 배출규제해역(ECA, Emission Control Area)을 지정해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황함유량을 0.1% 이하로 규제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해수부, '제1차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 종합계획(2021~2025)']
(출처 : 해양수산부)
[선박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부산 북항 1단계 사업 조감도]
(출처 : 북항 통합개발추진단 해양수산부)
선박이 대형화되고 속력이 빨라지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의 하루 연료 소모량은 중소도시의 자동차 연료 소모량보다 많아졌고, 초대형 크루즈선 한 척이 배출하는 대기 오염물질은 자동차 100만 대가 배출하는 오염물질과 맞먹는다. 선박에 기인한 각종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연구 등에 따르면, 선박에서 많이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포함한 대기 오염물질 배출량은 전 세계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양보다 많다.[1]
선박의 운항에는 육상의 자동차나 발전소 공장에서보다 더 많은 양의 연료를 사용하고, 또한 저렴한 연료의 사용으로 많은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일반적으로 선박에서는 원유를 증류하고 마지막에 남은, 점도가 가장 높고 가격이 저렴하며 생산량도 가장 많은 중유(벙커 C)를 선박용 연료로 주로 사용한다. 중유(벙커 C)에 허용되는 황 함량 수치는 3.5%로 매우 높아, IMO(국제해사기구,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2016년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회의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2020년부터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모든 선박의 연료유(Fuel Oil) 황 함량의 상한선을 0.5% 미만으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했다.
2021년 GDP 세계 10위(IMF), 무역 규모 1조 2천 5백억 달러로 세계 8위(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항만 물동량 13억 5천만톤, 컨테이너 수출입 항만 물동량 1,700만TEU(해양수산부) 규모의 무역대국인 우리나라는 국제물류의 99.7%를 선박으로 운송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현존선(현재 운항 중인 국제항해선박)까지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범세계적인 IMO의 탄소중립 규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하여 정부의 적절한 정책수립과 이에 대응한 물류업계의 기술개발/투자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없으면 향후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으로 선복량 부족에 따른 화물 운임 인상과 환경친화적인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비용 상승 등에 의해 기업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IMO의 환경보호를 위한 정책
[IMO 환경규제 사항]
(출처 : 해양수산부)
2018년 IMO는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하여 2050년까지 각 선박에 탄소집약도[2]를 2008년 대비 70% 저감하고 전체 배출 총량을 50%까지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2018 Initial IMO GHG Strategy)를 발표했다.
이에 따른 단기 조치의 하나로 2023년부터 현존선에 대한 기술적 규제인 EEXI(현존선에너지효율지수, 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 규제와 운항적 조치인 CII(선박탄소집약도지수, Carbon Intensity Indicator) 규제 두 가지를 새로이 시행한다.
EEXI 규제는 총 톤수 400톤 이상의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 적용되는 것으로, 2023년 1월 1일 이후 도래하는 첫 번째 선박 검사일까지 EEXI 규제 충족 여부를 선박 검사기관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규제 기준을 충족하면 IEEC(국제에너지효율증서, International Energy Efficiency Certificate)를 발급받게 되며, 2023년부터는 이 증서를 선내에 비치해야만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만약 이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기관의 출력을 제한하는 조치나 에너지 절감 장치를 설치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여 규제 기준을 충족시킨 뒤 IEEC를 발급받아야 한다.
총 톤수 5,000톤 이상의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CII는 1 톤의 화물을 1 마일 운송하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연료사용량, 운항거리 등 선박의 운항정보를 활용하여 사후적으로 계산 및 지수화한 값을 말한다. 1 년간의 운항정보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CII 등급에 따라 현존선은 2024년에 선박검사기관이 검증한 결과에 따라, A등급(매우 우수)부터 E등급(열위)까지 5단계의 CII 등급을 부여받게 된다.
만일 3년 연속 D등급(다소 열위), 또는 1년 이상 E등급(열위)을 부여받은 선박은 저속운항, 저탄소 연료 사용 등의 SEEMP(선박 에너지 효율 개선 계획서, Ship Energy Efficiency Management Plan)를 수립하여 개선 계획의 타당성을 선박검사기관으로부터 승인받기 전까지는 운항이 제한된다.
IMO의 계획은 2019년 CII를 기준으로 2020년~2023년까지는 총 5%, 2024년부터 2026년까지는 매년 2%씩 선박 탄소 집약도를 낮추는 것으로, 이 규제는 선박의 성능 개선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 운항까지 고려해야 하며 매년 기준치가 강화되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다.
[EEXI와 CII 규제 추이]
(출처 : 해양수산부)
[EEXI 규제 대상 선박 및 감축률]
(출처 : 해양수산부)
IMO의 EEXI와 CII 규제에 따른 물류업계의 대응방안
EEXI와 CII 규제는 그 동안 신조선(새로 제작하는 선박)에만 적용되던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현재 운항중인 선박까지 전면 확대되는 것으로, 해운사는 향후 환경규제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중고선박 매입보다는 현존선 에너지효율 개선, 친환경 연료 개발, 친환경 선박 발주 등 실질적인 탄소중립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2021년 국적선 649척 중 현존선 온실가스 배출 규제 중 하나인 EEXI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470척(72.4%)으로 상당수 선박이 규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양수산부의 CII 규제 계산 결과에 따르면 국적선 684척 중 D, E 등급은 234척으로 34.2%로 나타났으며, A, B 등급은 255척으로 37.3%, C등급은 195척인 28.5%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즉, 3분의 1 정도의 선박이 D, E 등급으로 2024년부터 CII 규제에 해당된다.
특히 선박 교체 수요가 많고 미국, 유럽 지역에 정기선 서비스(Liner Service)[3]를 하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규제가 오래전부터 강화되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으나, 그러지 않은 벌크선(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은 더욱 규제에 취약해 규정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아직 준비가 부족한 국내 해운사들에게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제까지 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해운사들은 선박에 탈황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를 장착하거나, 선박 연료를 기존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바꾸었다. 또한 EEXI와 CII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선박의 속력을 낮추어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을 줄이거나, 최적 항로 운항으로 항해거리를 줄여 연료 사용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선령이 오래된 선박의 경우 폐선하는 등의 조치도 취해왔다.
해양수산부도 2018년부터 노후 국적선을 친환경 고효율 선박으로 대체 건조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 선박 기술 확보 및 온실가스 포집 장치 개발 등을 위한 연구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부터 규제 대상이 현존선까지 확대되는 만큼 빠르게 친환경 선박 건조를 확대하고, 친환경 연료 사용을 늘리는 등의 대응 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선박 신조에 정기적인 계획과 시간 및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여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사들은 규제 대상 선박에 기관 출력을 제한하거나 저속 운항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시켜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는 가장 유효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으로 선복량이 감소하여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선복량 감소로 화물 운송 비용이 상승하여 해운선사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운임 상상의 수혜정도는 벌크선이나 노후 선박을 많이 보유한 업체들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어 향후 시장 경쟁력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적인 조류와 대응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이슈화되고 있는 만큼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도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로드맵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021년 MEPC 77차 회의에서는 IMO에서 수립한 초기 전략의 목표를 상향하여 2050년까지 국제 해운 탄소배출량을 0으로 설정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이렇게 되면 CII 감축률이 2027년부터 급격하게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장기 조치를 채택할 때 더욱 높은 감축을 요구하는 근거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제도적으로 퇴출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ESG 경영이 활성화됨에 따라서 시장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이자 물류 배송업체인 아마존의 경우 2020년 20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규모의 기후서약 기금(Climate Pledge Fund)을 조성해 지속 가능한 무탄소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에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 등이 참여하는 미션 이노베이션(Mission Innovation)에서는 2030년까지 연료 사용량 기준 최소 5%, 선박량 기준 최소 200 여 척의 탈탄소 선박 전환을 주장하고 있으며, 무탄소 배송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 가능하게 하는 정책 및 메커니즘을 위해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s)의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s) 개발 계획]
(출처 : ANNUAL PROGRESS REPORT ON GREEN SHIPPING CORRIDORS, 2022)
정부가 주도하여 진행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은 친환경 선박 건조, 친환경 연료 사용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 중고선의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감속운항, 스마트 항만 구축을 위한 기반 시설 투자 등으로 운송비용 상승이 필연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를 위한 소비자의 탄소중립 필요성 인식 제고와 함께,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 수립과 투자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이제는 외면하기 어려운 탄소중립의 목표와 관련해 각 산업 부문들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무탄소 연료 추진이나 탄소 포집 장치를 장착한 친환경 스마트 선박의 조기 개발과 운항 투입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결국은 이러한 조치들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는 지금,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물류업계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IMO의 탄소중립을 위한 일련의 규제 조치나 관련 정책들은 예정보다 더 빨리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물류기업들은 이러한 규제조치와 관련 정책들에 대해 시의적절히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단계별 전략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References
[1] 선박에 기인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연구 -광양항과 울산항을 중심으로- (2019, 한국항만경제학회지 35권 2호 94쪽,2019
[2] 탄소집약도란 소비한 에너지에서 발생된 CO2 량을 에너지 총 에너지소비량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3] 일정한 구간을 일정한 운항 및 배선계획 하에 규칙적으로 반복운항하는 해운 서비스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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