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팀에서 미션을 세울 때 심심치 않게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상생(相生)'이란 단어인데 사전에서는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감.’이라는 뜻으로 ‘Win-Win’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찔림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연 상생이 현실 속에 존재할까? 특히 구매직무처럼 상대방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었을 때에는 나를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요즘에는 이런 상생에 대한 인식이 많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구매팀은 어떤 방식으로 상생을 실현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상생의 방법
내가 생각하는 상생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다.
① 사급지원 ② 벤더소개 ③ 성과공유제
우선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①사급지원이다. 사급지원은 자신이 속한 회사가 규모가 커서 Buying Power가 높으면 그 이점을 이용하여 파트너를 도와주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우리회사는 플라스틱 원료를 Kg당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는데, 파트너인 사출업체는 Kg당 1,200원에 구입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유를 알고 보니 우리회사는 한 달에 100톤이 넘는 원료를 구입하지만, 파트너는 한달에 2톤 정도만 구입하기 때문이었다. 이럴 경우 우리회사에서 원료를 구입하여 파트너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사급’인 것이다.
하지만 이 사급제도가 시행되면 구매팀은 일이 가중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우선 파트너가 직접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구입시기에 있어서 역할 혼선이 있을 수 있고, 재고 관리에 대해서도 항상 이슈가 된다. 생각했던 재고와 실제 재고가 달라서 잠재적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고 양사가 발주 시기를 놓쳐서 결품이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②벤더를 직접 소개해 주는 경우도 있다. 세 업체가 서로 협의하여 파트너에게도 우리와 같은 단가로 거래하는 것이다.
우선 이 방식의 최대 수혜자는 구매자이다. 구매자의 소개 후에는 파트너들끼리 서로 거래를 하면 되니, 재고관리나 발주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상 이 방식은 거의 대부분 부정적인 결말을 가져왔다. 기존 판매가격보다 할인하여 판매하다 보니 납기 대응이 늦는 등 서비스에 있어서 파트너의 불만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두 업체의 결제방식으로 인해 원 구매자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성과공유제
그래서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방식은 바로 성과공유제이다. 성과공유제는 어떠한 원가절감 이슈가 생겼을 시 그 부분에 대해 파트너들이 서로 일정 부분 이익을 배분하는 것으로. 구매자에는 원가절감, 판매자에게는 이익증대의 효과를 가져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직장 생활 중 VE로 인하여 성과를 낸 적이 있다. 기능적 감소 없이 새로운 소재를 찾아 원가 비용을 많이 줄였었는데,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에 도움이 많이 필요하였다. 우선 새로운 제품의 샘플 작업이 필요했고, 원자재가 다르다 보니 그에 맞는 공구나 기계 세팅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따라서 시험이 완료되고 사용의 허가가 났을 때 나는 단순히 재료비 인하에 대한 감소율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 기계 세팅으로 인한 가공비와 공구구입의 간접비까지 증가하여 원가를 산정하였고 거기에 이윤을 10% 정도 추가로 산정하여 계산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기존 가격의 20% 원가 절감을 할 수 있었고, 파트너도 10% 이익률 향상을 이뤄낸 것이다.
성과공유제의 또 다른 장점은 ‘협력사간의 파트너십 향상’이다. 구매와 영업은 서로 포지션이 다르지만 같은 목적으로 합심하다 보면 혼자 하였을 때 보다 능률도 올라가며,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도 제품에 대한 원가분석이나 엔지니어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성과공유제는 최정욱교수님의 [기업경쟁력 창출을 위한 구매관리] 책에도 저술되어 있고 국내 재단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도 있기 때문에 직접 방문하여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