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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역로의 병목, 두 운하가 가져온 공급망 위기 : 파나마 운하와 홍해 항로 사태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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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스퀘어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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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가져온 국제 분업 생산과 자유무역 확산으로 형성되어 온 글로벌 공급망에는 경제적 편익 못지않게 사회적 비용과 다양한 위험이 수반된다. 이러한 위험에는 비교적 관리 가능한 공급자 위험부터 예측과 관리가 매우 어려운 자연재해, 전쟁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근 가뭄과 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기를 맞고 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세계무역 운송로의 핵심 관문인 파나마 운하는 가뭄, 수에즈 운하는 길목에 있는 홍해 항로의 분쟁 등으로 선박 항해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1. 파나마 운하(Panama Canal)

파나마 운하(Panama Canal)는 파나마 지협을 횡단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총 연장 82km의 운하로, 1914년 개통됐고 이후 그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미국과 파나마가 지배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으나 1999년 운하에 대한 소유권이 파나마 정부로 완전히 이관되었다. 선박이 미국 동부나 서부에서 태평양이나 대서양으로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면 남미를 우회 할 경우에 비해 약 15,000km 운항거리를 단축할 수 있어 시간이나 비용 관점에서 운하 이용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매우 크다. 현재 파나마 운하는 국제해상교역량의 5%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14,239척의 선박이 운하를 통과했고 운하통행료로 연간 30억 달러 수입이 발생했다. 이는 파나마 국내 총생산(GDP)의 6%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들의 출발지와 도착지 물량 기준으로 국가별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가 우리나라 수출입 운송에 있어서도 핵심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실 파나마 운하는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크기도 제약이 있고 운하 운영이 강수량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한척의 배가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약 2억 리터의 담수가 필요하다. 파나마 운하는 가툰(Gatun)호의 담수를 끌어와 운하의 수위를 유지 하고 있는데 올해 엘니뇨현상으로 심각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지난 10월 파나마 운하는 195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했다. 파나마운하청(PCA)은 올해 2월까지 선박의 최대 홀수를 13.4미터로 제한하고 통과 선박을 하루 18척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12월 첫 주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167척으로 전년 238척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선박의 대기(체선)시간도 계속 늘어나 현재 약 20일에 이르고 있다.   

파나마 운하 통항 예약이 어려워지고 장기 대기 선박들이 크게 늘어나자 11월부터 파나마 운하청은 통항권 경매 제도를 도입해 하루 두 차례 통항권을 경매에 붙이고 있다. 지난 11월 5일에는 무려 4백만 달러에 낙찰된 사례까지 나타났다. 앞으로 수개월간은 파나마 운하의 정체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주요 선사들이 파나마 운하 대신 수에즈 운하로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이 경우 운송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미 동부에서 중국 항만까지 파나마 운하 대신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경우 5~7일 정도가 추가로 소요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길’인 수에즈 운하 이용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최근 예맨 반군의 홍해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 위협이 그것이다. 파나마 운하 가뭄으로 수에즈 운하로 항로를 변경한 선사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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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물류신문)

 

2. 홍해 항로가 지경학적 위협에 노출되면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아시아 연결하는 해상 운송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1869년에 개통된 수에즈 운하(Suez Canal)는 지중해와 홍해를 수에즈 지협을 통해 잇는 운하로 총 연장 193.3km에 달하며 운하의 폭은 205m, 수심은 24m로, 파나마 운하에 비해 통행에 제약이 거의 없어 유럽~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항로의 관문으로 이용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글로벌 상품 교역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다. 일 평균 48~62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고 있으며 2022년 연간 22,000척이상의 선박이 운하를 통과했다. 운하 통행료로 연간 94억 달러 수입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이집트 GDP의 2%에 해당한다.   

수에즈 운하와 인근 해역의 해상 운송장애는 이전에도 있었다. 아덴만 인근에서는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선박 피랍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고 2021년 3월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는 사건도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예맨 반군이 홍해 초입의 바브엘만데브(Bab al-Mandab) 해협을 통과하여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는 상선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반군이 공격의 대상으로 이스라엘 국가 선박을 지목하고 있지만 선사 입장에서는 발생가능 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유럽~아시아노선을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을 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로 변경하고 있다. 이 경우 운송거리가 약 6,500km 길어지고 7~8일이 추가로 소요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해상 컨테이너 운송시간과 비용이 상승하여 물류비가 상승하고 또한 기업들은 운송시간이 늘어난 만큼 추가로 재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홍해를 통한 유조선 통행량이 증가하면서 국제 유가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3. 국제교역로의 대표적인 관문인 두 운하에 커다란 장애가 발생한 상황에서 운하 말고 다른 길은 없는 것일까?   
우선 해상운송과 철도를 결합한 국제복합운송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될 수 있다. 근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북극항로도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미서부 항만에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동부나 내륙까지 철도를 이용하는 국제복합운송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아시아~유럽간 복합운송경로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TSR의 경우 코로나 이후 열차 운행량과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있고 군수물자 운송으로 일반 화물에 대한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등 위험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을 연결하는 또 다른 길인 TCR에 관심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2023년 1월에서 9월까지 중국~유럽간 철도 컨테이너 물량이 1백만 TEU를 초과하여 전년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차원에서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이다.   

지난 수 십년간 확장일로에 있었던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19, 기후위기, 자연재해, 전쟁, 무역 분쟁 등으로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공급망은 개별 기업차원을 넘어 국가가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특히 기술, 자원, 물류의 관점에서 공급망의 급소(choke point)를 파악하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관리하는 것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가기 위한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파나마, 수에즈 운하 장애가 공급망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운하는 그 대체불가성과 위험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해상 운송에 있어서 일종의 병목(bottleneck)이며 급소(choke point)이다. 물류측면에서는 이러한 국제 운송로의 병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 할 수 있는 정책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해상운송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륙 철도를 이용한 복합운송경로를 개발하고, 관련 국가인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국가들과 철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에 복합 운송거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철도로의 모달쉬프트(modal shift)는 국제적인 탄소 배출규제에도 대응할 수 있는 훌륭한 카드이기도 하다. 물류기업은 더욱 다양한 국제복합운송경로를 개발하여 화주에게 효율적이면서도 복원력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며 정부는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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