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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주의 SCM 인문학 - 전체 최적화 관점
  • 공급망관리
  • 4~9년
  • 산업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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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스퀘어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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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 5,000cc의 자격

여러분은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 중에 어떤 차량을 소유하고 있나요?. 그리고 여러분이 소유한 차량에는 얼마나 많은 옵션이 있나요? 여러분이 소유하고 있는 차량과, 차량의 옵션은 각기 다르지만, 여러분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자동차에 대해 알고 있기에, 자동차를 예로 들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2,000cc 차량에 5,000cc 엔진을 장착하려고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우선, 공간 문제로 엔진이 장착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엔진을 장착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엔진과 연결하는 각종 배관과 부품들이 맞지 않거나 설령 맞는다 치더라도 차량을 지지하는 프레임 등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부품과 프레임은 2,000cc 엔진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000cc 차량에 5,000cc 엔진을 장착하면 주행간 안정감이 더 있을까요? 자동차는 엔진, 프레임, 부품, 바퀴 등이 모두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고 제작됩니다. 그리고 제작된 차량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조화 여부와 내구성 등에 대해 오랜 시간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중소, 중견기업으로 이직 시 상위 직급으로 임명되어 근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과 비교해 대기업에서 오는 사람을 5,000cc 엔진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물론 대기업에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1,000cc, 2,000cc, 3,000cc, 4,000cc, 5,000cc 등 다양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됩니다. 그래서 대기업 브랜드로 인해 미처 볼 수 없었던 1,000cc, 2,000cc짜리 역량의 사람을 5,000cc 인줄 알고 영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멀티적이며 역량이 높은 인재는 대기업으로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많은 중소, 중견기업에서는 인재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인재 확보를 갈망합니다. 그렇다면 중소, 중견 기업 입장에서 대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을 영입하면 중소, 중견기업이 모든 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나요? 아니면 빠르게 좋아지나요?

 


대기업에 근무하던 사람이 중견 중소기업에 근무하게 되면, 대기업에 있을 때와 같은 인지도와 명성대로 역량을 발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소, 중견 기업은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구성원의 DNA, 프로세스, 시스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조직문화 등이 부족하거나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유도하거나 가이드 하는 것을 이해하고 노력해 주는 구성원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구성원이 많지 않다면 시작부터 어렵고 설령 따라온다 하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속도와 퀄리티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대기업에 근무한 사람이 대기업의 특성상, 특정 분야에 좁고 깊게만 근무했다면 중소, 중견 기업에서 바라는 넓게, 그리고 깊게 업무를 보고 추진하는 것 또한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대기업에서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중소,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서 간혹 나타나는데 전공 분야별로 극심한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은 중견, 중소기업에 비해 관리 프로세스나 관리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그리고 부단히 노력하지 않아도 대기업에 구축되고 운영되는 관리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단순히 동참하기만 해도 그 과정에서 중소, 중견기업과 비교해 일정 부분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노하우, 생각과 행동하는 방식 등을 터득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에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터득하고 이로 인해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업무 능력과 철학을 형성한 사람도 많습니다.

 


제가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진정한 관점에서 능력과 실력은 없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것처럼 남이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와 시스템 안에서 단순하게 생활하다가 일정 수준의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중소, 중견 기업 입장에서 생소한, 대기업에 있었던 이야기만 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경험을 하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아는척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중소, 중견 기업 현실에서, 현실에 적합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노력을 하지 못하거나 구체적 방향과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할 뿐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저는 ‘앵무새’라고 표현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특성은, 창의적 노력과 실력에 의한 업무 철학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중소, 중견 기업에 적합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잘 구축된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몸을 싣고 일정기간 생활했을 뿐, 창의적과는 거리가 먼 생활과 넓고 깊게 보고 철학을 형성하며 업무를 관장해 본 경험도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은 5,000cc인데, 차 크기가 2,000cc라서 안타깝고 답답하다 또는 본인들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말과 핑계만 지속할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근무하거나 근무했던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대기업에서 중소, 중견기업으로 이직하게 되면 중소, 중견 기업에 적합한 인재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사람들에 한정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필자는 프로젝트를 4개월간 진행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내 공정상에 있는 가스용기를 줄이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사내 공정에는 불필요하게 보유하고 있는 가스용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정의 가스용기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공정의 가스용기를 줄이려면 작업자 개개인의 업무하는 습관들이 바뀌어야 하고 프로세스간 Capa도 개선되어야 하며 작업자들이 작업간 어려운 점과 불만을 느끼지 않게 가스용기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On Time 개념으로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하는 등 다양한 분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8시에 충전하기 위해서는 충전 가능한 용기가 7시 30분까지 공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자주 10분 20분, 길게는 30분에서 한 시간 늦습니다. 그래서 충전 작업자들은 전날에 용기를 미리 공급 받습니다. 이런 것들을 모든 작업자들이 실행하고 있다면 굳이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 용기가 공정 곳곳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어떤 품목의 충전 Capa는 30BT인데 분석 Capa는 20BT입니다. 즉, 생산에서는 생산 입장에서 하루에 30BT를 생산하고 있고 품질에서는 20BT를 분석합니다.

 

문제는, Capa 이슈로 다 분석하지도 못하는데 생산은 많이 하는 것입니다. 충전 Capa가 30이고 분석 Capa가 20이면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프로세스 Capa는 20입니다. 굳이 10을 더 생산할 필요가 있을까요? 더 생산을 해야 한다면 분석 Capa를 증가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조정 통제, 개선하지 않고 부분 최적화된 생각과 행동을 하다 보면 공정에 굳이 없어도 되는 용기들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회사 내 곳곳이 다 소규모 저장소가 되고 공간 부족, 안전 환경 문제, 비효율 문제 등을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사람 또한 불필요하게 더 운영하게 됩니다.

 

이분은 생산, 품질, 물류, S&OP의 파트장과 팀장들을 모두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1회, 공정상에 용기가 얼마나 있었는지를 토의했습니다. 단순 토의라기보다는 Brainstorming, Thinking Process에 가까웠습니다. 정보시스템에 나타난 데이터를 가지고 개선책을 검토하였고 정보시스템 데이터를 가지고 현장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하나하나 실행에 옮겼습니다.

 

필자는 이분에게서 ① 하자고 하니 어쩔 수없이 하긴 해야겠고 속으로는 썩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 ② 단순히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 받거나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세세하게 Brainstorming과 Thinking Process를 하는 모습, ③ 무더운 날씨에도 직접 현장에 나가 확인 하는 모습, ④ 회의 내용을 팀장과 파트장들보다 더 깊게 사전에 확인하고 회의에 참가하는 모습 등을 통해 허세를 버리고 진정한 열정과 실무 중심의 디테일함을 느꼈습니다.

 

이때 이분의 나이는 50대 중반을 훌쩍 넘겼을 때였습니다. 필자는 이분을 보면서 대기업에서 중소, 중견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은 실무, 특히 프로세스 중심의 디테일한 실력과 추진 능력을(실무형 인재)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습니다.

 


5,000cc 엔진과 2,000cc 차가 만나면 5,000cc 엔진은 초심을 가지고 4,000cc, 3,000cc로 다시 되돌아 가보도록 노력해야 하고 2,000cc 차는 3,000cc, 4,000cc 차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즉, 대기업의 인재는 중소, 중견 기업에 이직 후, 넓고 깊게 보면서 초심을 가지고 뛰어야만 하고 중소, 중견 기업의 구성원들은 기존의 매너리즘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그 기업은 변화되고 성장하게 됩니다.

 


SCM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생산, 품질, 물류와 같이 한 분야만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모든 부서를 이해하고 같이 소통하며 변화를 넘어 혁신으로 연계하는 노력과 과정이 필요한데 내 스스로가 실력이 없으면 그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물론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늘 하는 말 중에 하나는 SCM을 추진하는 사람은 ‘셰퍼트’여야 합니다. 저속한 의미로 ‘개’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열정을 가지고 비난받을 것 또한 감수하며 짖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많은 조직과 기업에서 SCM 조직을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로 인식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SCM을 추진하는 사람은 의기소침하지 않는 강한 정신력 또한 있어야 하고 SCM 수준을 올리려고 하는 기업에서는 건전한 소리로 인식하고 적극 받아들이는 조직문화 또한 형성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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