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
일전에 업무를 수행하면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다. 또는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알게된 故이건희 회장의 사업접근 방식을 기록해놓은 문건을 보고 제 생각이 많은 관점에서 리프레시 되었습니다. 길이가 꽤 길기때문에 두차례 나눠 올려볼까 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과거에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 맞는지 싶은 내용도 꽤 있습니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팀장)는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의 '내부 지시 사항'이라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삼성측은 이 문건에 대해 "이 회장이 자유스럽게 피력한 의견일 뿐 공식적인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문건 전문이다.
회장 지시사항
[2003. 11. 12 [2003년 8월 20일(수) 한남동]
1. 영국 이튼스쿨의 럭비부가 내년에 한국 방문을 기획하고 있다 함. 약 20여명인데(OOO 회장 아들도 있음) 공장 견학도 시켜주고, 다른 럭비부와 시합도 주선해 주는 스폰서 방안을 검토해볼 것.
[2003년 8월 24일(월) 한남동]
1. SONY DVD Player를 써보니 장시간 사용시 열이 많이 나서 디스크가 저절로 Eject 되는 등 오동작이 생김. 우리 제품은 소비전력도 덜 들어가게 하고, 부품 수도 줄여서 열이 발생치 않도록 해볼 것.
[2003년 8월 25일(월) 호텔신라]
1. 사장단 회의시 황장엽을 초청하여 이야기 한 번 들어보는 것을 검토해볼 것.
[2003년 9월 5일(금) 한남동]
1. 분당 플라자는 매각하든지, 위탁경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 (노조설립 시도 관련 보고 들으시고)
[2003년 9월 16일(화) 한남동]
1. 경남 의령이 금번 수재에서 피해가 큰 것 같음. 선대 생가를 비롯해 피해 정도를 알아보고 지원방안을 검토할 것.
[2003년 10월 9일(목) 메모리 사업현장 보고]
경영기술이 상당히 중요함.
일본이 망한 이유 중의 하나가 경영을 너무 무시하고, 공장과 본사가 떨어져 있을 경우의 문제점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임.
사장·회장이 투자하는 것을 회피하고, 투자를 해서 실패를 하면 사장을 쫓아버리니 그 밑 사람이 기가 죽고, 그러니 투자를 안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임. 그런데다가 사장, 회장이 S급, A급 기술자를 스카우트하라고 고함치는 것이 없었음.
미국도 약해지니까 정체를 하고, 인텔도 우리한테 상대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고, 마이크론도 우리한테 뒤진 지 10년이 되었음. 7~8년 전에 도시바의 욧까이찌 공장에 가서 지적을 해줬으며. 당시 도시바 공장들이 동경 반경 100㎞ 주변에 10개 공장이 흩어져 있었음. 공장 값이 싸서 욧까이찌로 온 것 같은데, 설계팀은 동경에 있고 생산은 욧까이찌에 있는데 효율에서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 하니, 그 말을 못 알아 들었음. 그래서 욧까이찌 공장은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음.
니산이 도요다에게 진 이유는 기술자의 파워가 너무 강했기 때문임. 기술자가 설계, 공정 등 기술을 맡은 것은 100% 고집을 가지고 밀고 나가야 하지만, 기계를 사고 개발을 하는 것은 기술을 약간 벗어난 경영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니산은 사장 말을 안 들었음. 그래서 망했음. 그후 불란서의 전무급 한 사람이 와서 사람 몇천명 해고하니 바로 이익이 남. 일본은 종신고용제라서 긴장이 없는데, 우리는 완전 종신 고용제도 아니고 완전 미국식도 아님. 그러니까 항상 긴장을 해야 함.
삼성은 단결이 잘 되고, 위에서는 위의 일, 중간에서는 중간 일, 생산에서는 생산 일, 경영자는 경영자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임.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희망이 있음.
우선 큰 어려운 투자를 빙빙 돌리지 말고, 책임이 나중에 자기에게 올까봐 겁내지 말고 경영자로서 결정하면 누가 뭐라고 하는가? 그게 월급장이의 가장 약한 점이고 단점인데, 그걸 초월하면 진짜 경영자가 되고 회장이 필요없게 되는 것임. 몇천억 손해를 봐도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할 점을 찾았다면 박수를 쳐줄 것임.
코닝연구소에 재미있는 제도가 있음. 2년 5년 하다 손들었다 그러면 보너스가 깎이든지 하는 등의 제도가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오히려 회사에서 빨리 포기해줘서 고맙다고 샴페인 한 병을 줌. 그런 용기가 필요하고, 그런 용기를 인정해주는 것이 경영자다 이런 얘기임.
10나노까지 가는데 벽이 두 개쯤은 있을 거라 그랬는데, 벽이 두 개 정도는 있을 예상을 하고 또 기술팀 2개를 만들 것. 디자인·물리학·화학, 이런 팀들이 필요할 것임. 제트 비행기가 초음속을 돌파할 때는 재료부터 연료까지 다 바꿔야 된다고 여러번 이야기했음. 70나노에서 50나노 갈 때, 50나노에서 10나노로 갈 때 한번씩의 벽을 뚫어야 하는데, 벽을 뚫을 개발팀은 지금부터 연구해야 함.
기초과학부터 시작해서 팀을 지금부터 만들어, 거기서 노련한 사람은 2~3년 후에 또 뽑아서 10나노팀을 만들고, 거기서 예상을 해서 또 만들어야 함.
20년 전에서 10년 전에는 우리가 장사를 했고, 10년 전에서 5년까지는 장사를 하면서 사업보국을 했고, 5년 전에서 지금을 지나 앞으로 5년 내지 10년은 기업도 하면서 사업보국 차원을 넘어 인류에 공헌을 해야 함. 50나노 10나노 차원에 가면 반도체에서만 쓰는 기술이 아닐 것임. 여기저기 다른 분야에서도 유용한 기술, 인류의 삶의 차원을 바꾸는 기술이 될 것 같음. 반도체도 그렇게 가야하고 다른 전자사업부도 반도체를 벤치마킹해서 연구개발도 하며 나아가 인류사회에 공헌해야 함.
일본에 투견이 있음. 6개월 넘으면 훈련을 시키는데 챔피언을 하고 은퇴한 견하고 싸움을 시킴. 은퇴한 챔피언은 노련하니 기술을 많이 배움. 잡아서 누를려고 하면 떼어놓고, 절대 지게 안함. 2년간 체력훈련·테크닉한 훈련도 시킴. 그리고나서 한 번도 안 져본 개를 투견장에 내보내는데, 한 번도 안 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감이 있어야 함.
토론이 초반에 많은 것이 대형사고를 막아주는 예방주사임. 20년간 이만큼 큰 조직에, 큰 매상, 큰 이익을 내면서 대형사고를 안 내고 가져온 조직이 비즈니스 역사상 별로 없었을 것임.
여러분들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대적이 무엇인가. 방심임. 너무 똑같은 일, 똑같은 토론만 하면 긴장이 풀리고, 방심하다가 크게 한번 다치게 됨. 한번 다칠 수도 있는데 문제는 고치는 것임. 방심에서 오는 병은 잘 안 고쳐진다. 왜냐하면 제일 앞서왔고, 고칠 때 지도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임. 내가 꼭 부탁하고 싶음. 삼성이 세계 1등하고 있는 사업부는 다 해당되는 얘기임. 벤치마킹이 안 되는 업무성격을 가진 곳은 방심하게 돼 있음.
통신·핸드폰 같이 간단한 것은 끝이 빨리 보이게 되고, 50나노 10나노 같이 벽이 2~3개 있는 것은 좀 오래 가는데, 오래 가야되는 성격의 사업일수록 방심할 기회가 많고, 고치고 배울 데가 더 없고 하니 서로 토론할 때도 자극하면서 토론장에서는 상하도 없고 심각하게 할 것. 재판할 때 판검사가 법의를 입고 들어가는 것은 신분이 다르다는 표시를 내고, 엄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형식임. 너무 오랫동안 앞으로 향해 독주만 해온 데는 이런 형식적인 자극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음.
[2003. 10. 10(금) 화성반도체 사업장]
1. 우리 기술자도 당연히 외부 스카우트 대상이 될 수 있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함. 입사 10년쯤 되면 혼자 기획하고 독자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는 기술자가 된다고 하니 10년 이상된 간부들 연봉을 인상해주는 것을 검토해볼 것. 평균 퇴근시간도 9~10시라 하니 특별히 급여나 대우를 좋게 하는 것도 검토하고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어도 반도체는 쉴 수가 없으니 휴일 근무자 특별대우도 검토해볼 것.
2. 70나노 4기가 개발자 9명에 대한 특별 보너스 지급안을 검토해보고, 분당에 개발자 포함 우수자에게 좋은 주거 기회를 주는 것도 검토해볼 것.
[2003. 10. 13(월) 한남동]
1. 서울대 호암생활관 관장(OOO 교수)에게 관련자를 보내서 시설 보수 등 개선점을 들어보고 지원방안을 검토해볼 것.
[2003. 10. 17(금). 동경]
1. 11월 중 후지 제록스·미쓰이 부동산 시장을 서울로 초청할 것.
[2003년 10. 18(토) 동경]
1. 한겨레신문이 삼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전부 스트랩해서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고 이것을 한겨레 측에 보여주고 설명해줄 것. 이런 것을 근거로 광고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볼 것.
[2003. 10. 22(수) 동경]
1. 쯔네이시 조선소가 우리와 합작이던 다른 방법이던 협력해서 무엇을 해보자 하는데 양쪽에서 대표를 뽑아 협의를 해볼 것. 조선은 현대·기아자동차가 따로 가듯이 우리도 삼성· 대우 따로 가져가는 것도 방법임. 최후에 안 되면 포기하면 되지 않겠나?
2.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볼 것. 장기이식·기형수술·지방병원에 MRI 등 비싼 기기는 말고 의료기기를 지원하는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임.
3. 대학에 대한 지원도 천몇백억 정도 예산을 세워서 6~7개 대학을 선별해서 기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해볼 것.
4. 참여연대 같은 NGO에 대해 우리를 타겟으로 해를 입히려는 부문 말고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몇십억 정도 지원해보면 어떤지 검토해볼 것.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07110510323406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