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매단가 결정에서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말씀 드려 볼게요.

학습곡선이 뭘까요?  
학습곡선은 '처음 접하는 업무는 익숙하지 않아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반복할수록 그 효과가 배가 된다.'는 학습효과를 수리적 모형으로 구현한 것을 의미해요. 1885년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에 의해 처음 설명되었고, 1936년 미국의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에서 비행기 제작에 드는 인건비가 어떻게 감소하는지 기술하는 데 학습곡선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된 이론입니다.

학습곡선으로 시간 경과에 따른 작업량, 투입비용, 생산성 등을 표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는 생산계획, 예상 비용 산출, 구매단가 분석 모델로 활용하고 있어요.  

학습곡선의 기본적인 개념을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회사가 A라는 제품을 개발하여 초도 생산으로 10개를 생산하는 데 100분이 걸렸다고 가정해 보죠. 그 후 20개를 더 생산할 때는 180분밖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어요. 제품 1개를 생산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10분→9분으로 10%만큼 감소한 거죠. 그리고 추가로 40개를 생산할 때는 324분밖에 걸리지 않았죠. 제품 1개를 생산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9분→8.1분으로 10%만큼 감소한 거죠.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볼게요.

위의 표를 간단하게 공식으로 나타내면, 

n번째 생산 시 개당 소요시간 = T*Lⁿ   
  T = 초도생산 시 개당 소요시간(10분) 
  L = 직전 대비 소요시간 비율(90%) 
  n = 재생산 횟수(n-1번째 생산량의 2배)  

이 공식을 이용한다면 A제품을 몇 개 생산할 때 얼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구할 수 있어요.

가령, 160개 생산한다면 1,050분 정도가 걸리겠네요.

10*0.9⁴ = 6.6분

이런 학습곡선을 구매단가 결정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제조업체 입장에서 A제품을 생산하는 소요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생산원가 안에 녹여있는 인건비가 줄어들고 그만큼 제품 원가가 줄어든다는 이야기죠. 만약 A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사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제품을 지속해서 구매한다면 구매단가를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는지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됩니다. 
  
그렇다면, 같은 제품을 무제한으로 생산하면 소요 시간이 0이 될 수도 있을까요? 
위 공식을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나오는데요,

그래프의 모양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시간의 폭은 미미해지고 언젠가는 소요시간이 0에 도달하여 인건비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위의 표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환경이 항상 똑같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데, 현실에서 작업자 교대, 생산라인 개선, 제품버전의 업그레이드 등의 변수가 생기지 않을 리 없을 테니까요.

더불어 학습효과는 생산라인에 '사람'이 투입되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작업시간에 상관없이 똑같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계에 학습효과를 기대하는 건 어렵겠죠? 그래서 학습곡선 효과는 노동집약적이고 작업공정이 길수록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 칼럼에서는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가장 기초적인 학습곡선의 개념과 적용 방법만 말씀드렸지만,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학습곡선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학습효과를 따져 원가절감에만 몰두하기엔 시장이나 작업환경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기 때문에 각자의 산업 환경에 알맞은 방법으로 구매전략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학습효과는 참고 차원에서 활용하시기를 당부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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